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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큼 Aug 07. 2023

졸지에 주말부부

망하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남편은 쉬는 날 바로 강릉으로 가보기로 했다. 시장조사도 해야 했고, 상가 물건도 찾아봐야 했다.

인터넷 부동산 백날 봐봤자 어디가 어디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고, 괜찮다 싶은 곳이 있어서 부동산에 전화해 여기, 서울인데 어디 어디 물건 괜찮냐고 물어보면 냉랭한 반응에 무안해져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끊어버리기 일쑤였다.


남편은 부동산에 직접 가서 상가가 나오면 연락을 해달라고 할 참이었다. 원하는 위치의 상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떠날 준비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강릉 시장 조사하러 간 첫날, 우리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평수의 상가가 나와있다며 바로 계약해야겠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너무 진행이 빨라서 이것이 우리의 계획이 맞는지, 우리가 즉흥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하기로 결정한 것, 그냥 되는대로 해보기로 했다. 바로 상가계약하고 한 달의 렌트프리 기간을 얻어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본사와 계약하고, 사업자 등록을 내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회사를 그만두는 일 빼고는 이 모든 일이 처음이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니,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긍정적인 생각만 했는데, 사실 말 그대로 오갈 데도 없이 망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갑작스러운 상가계약에 정신을 가다듬고 남편만 먼저 가서 자리를 잡기로 했다. 장사가 잘 되고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때 아이들과 함께 강릉으로 가는 걸로 합의했다. 망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 아이들 나이가 여섯 살, 네 살. 졸지에 우리는 계획에 없던 주말부부가 되었다.


여섯 살 첫째아이가 아빠 성공하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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