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에서 구정면으로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는 게 주말부부라고 했던가. 하지만 그 말은 적어도 미취학 어린이 두 명 있는 내게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가 절로 나오는 주말부부 생활.
오롯이 홀로 해야 하는 6세, 4세 아이 둘 육아. 목욕도 혼자 시켜야 하고, 밥도 먹여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멀리 있는 남편 걱정도 해야 했다. 몸도 마음도 편치 않은 하루하루였다.
혼자 아이 둘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아이들이 아플 때였다. 어느 날, 둘째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아픈 수준이 예사롭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아프다고 하는데 아플 때마다 배를 움켜쥐며 뒹굴거리는 모습이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았다. 비는 세차게 오고, 첫째 아이는 불안해하고, 나도 두려웠다. 첫째 아이까지 응급실에 데려갈 수 없어 시부모님을 오시라고 하고 아이를 태우고 응급실에 갔다. 아이는 장중첩중. 시술로 해결되지 않아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였다. 남편은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 다행히 연휴라서 아이가 회복할 때까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주말마다 만나는 아빠를 아이들은 더 반가워했고, 아이들은 아빠와 헤어질 때마다 아쉬워하고 힘들어했다. 생활비는 이중으로 들고 누구 하나 편하지 않는 삶이었다. 모두의 안정된 삶을 위해 6개월 만에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고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아이들과 ktx를 타고 강릉으로 이사를 갔다.
강릉으로 이사 간 집은 구정면의 전원주택.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 가는 데 아파트에 사는 것은 옳지 않았다. 시골 삶의 로망은 넓은 마당과 2층 주택 아닌가. 테라로사 본점에 커피 마시러 갔다가 전원주택 전세 현수막을 보고 그 집을 구경하고 바로 이사를 결심했다. 전원주택의 전세는 귀했기 때문에 고민할 것이 없었다.
그 집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테라로사가 걸어서 3분 거리. 하지만 테라로사 빼고는 다 멀었다. 제일 가까운 편의점이 5km 떨어져 있었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래도 고속도로 먼지와 소음에서 벗어나 아침에 눈 뜨면 파란 하늘이 보이는 그곳은 우리에게 힐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