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십자군 이야기 2, 1권,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 영국사
<소설>
1. 사양 - 다자이 오사무(민음사), ●●●●●●●◐○○
-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이 전락하는 과정을 - 슬픔과 외로움과 비참함과 합리화와 자기변명에 아무 의미없는
오기를 부려대다 자신을 놓아버리는 - 이토록 공을 들여 그려낼 수 있는건가 싶어 말문이 막히고,
이를 샅샅이 옮기고 있는 집착에 소름이 돋는다.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두 번은 절대 읽지 않을 소설.
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
- 시간여행에 추억에 그 시절의 이름들에 눈물과 희생이라는 신파까지.
팔리는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작가가
파는데 총력을 기울여 이야기를 쓰면 이런 '괴물' 같은 책이 나온다.
3.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 - 우사미 마코토(현대문학), ●●●●●●●○○○
- 이제 나올만한 괴담이나 기담은 다 소개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름답고 서늘한 문장으로 사람을 묶어둘 수 있는 작가가 이제야 소개되다니 놀랍다.
소개를 보니 데뷔한 지 15년, 나이도 60대 중반의 지긋한 작가던데, 좁은 장르인 듯해도 참 깊고 깊구나.
4. 7월에 흐르는 꽃 - 온다 리쿠(영상출판미디어), ●◐○○○○○○○○
- "안 돼, 이야기는 이야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거야. 이야기는 제 발로 걸어가면서 차례차례 새로운 전설의
베일을 둘러가는 거야. 이래선 안 돼, 너무 흔해빠졌어. 난 용납할 수 없어." - 온다 리쿠, '삼월은 붉은 구렁을'
그걸 알면서 이런 걸 쓰고 있냐.
<에세이>
1. 랑게르한스섬의 오후 - 무라카미 하루키(백암), ●●●●●◐○○○○
- 에세이를 아직 접하지 않고 소설만 읽은 상태에서 '하루키의 에세이'하면 생각나는 딱 그런 이야기들.
'포도'나, '랑게르한스섬의 오후' 같은 에세이는 참 좋았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을 뿐.
2. 더 스크랩 - 무라카미 하루키(비채), ●●●●●●○○○○
- 이번 에세이의 특징은 정말 "귀엽다"는 것. :) 매주 잡지들의 이슈를 읽고 썼다는 '스크랩' 부분은 그 정도는
아닌데, LA 올림픽 시즌에 의뢰를 받고 썼다면서 정작 올림픽 이야기는 거의 없는 올림픽 일기에선 글마다
귀여움이 팍팍 묻어난다. 특히 '귀여운 춤을 추며 개 경찰관을 부르는' 하루키라니. 전혀 상상이 안가는데. ^^
<역사>
1. 십자군 이야기 1권 - 시오노 나나미(문학동네), ●●●●●●◐○○○
- 1차 십자군은 참 신기한 게, 어느 날 갑자기 몇만명이 해안가에 상륙해 적들 사이에서 아웅다웅하더니
나라를 세우고 그 나라가 어영부영 200년을 갔다는 것. 더구나 그 이전 500년 동안 유럽은 이슬람의 침공에
속수무책이었고, 그 이후 500년 간은 오스만투르크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딱 그 사이의 200년이었던 것.
2. 십자군 이야기 2권 - 시오노 나나미(문학동네), ●●●●●●●○○○
- 하틴 전투가 아니었다면 예루살렘은 '그 시기엔' 멸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사자왕 리처드가 조금 더
밀어붙였다면 한 번 정도는 예루살렘을 탈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긴 시간을 버텨내는 건 영웅
한둘이 아닌 쌓아놓은 힘이고, 빈틈을 노려 기습적으로 세워진 십자군 국가는 그 저변을 갖출 수 없었다.
3. 십자군 이야기 3권 - 시오노 나나미(문학동네), ●●●●●●●◐○○
- 아이러니하게도, 십자군의 쇠락과 멸망, 바이바르스를 중심으로 하는 맘루크의 흥성, 일 칸국의 침략은 같은
시기에 이루어진다. 십자군은 그 상황에서 맘루크 왕조에 가까운 중립을 선택했고 아인잘루트 이후 맘루크에
멸망했으니 스스로를 멸망시킨 선택을 한 셈이지만.... 역시 역사에는 if가 없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
4. 오스만 제국(찬란한 600년의 기록) - 오가사와라 히로유키(까치), ●●●●●◐○○○○
- 이 책의 장점이라면 레판토 해전 같은 저명한 역사든 사파비 왕조의 대결 같은 저명하지 않은 역사든
분량에 있어서 기계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제국의 역사를 한 번 훑어보기엔 꽤 괜찮은 입문서가 되어준다. :)
5. 영국사(보수와 개혁의 드라마) - 박지향(까치), ●●●●●●●○○○
- 단순히 시대순으로 사실을 나열한 것뿐만 아니라 영국만이 가지는 특성을 잘 서술한 성실한 책.
비록 90년대 후반에 쓰여진 책이라 1990년대를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종결되기는 하지만,
그 20년 후 벌어진 브렉시트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이해하기에 무리없을 정도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인문사회>
1. 다윗과 골리앗 - 말콤 글래드웰(21세기북스), ●●●●●○○○○○
- 역경과 극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은 체구의 다윗, 난독증, 상대적으로 작은 대학교, 공권력에 저항하는
시민들, 징벌의 한계 등 다양한 사회이슈를 다뤄나가는 책. 특히나 2차대전 기간 중 무자비한 폭격을 거치며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게 된 런던 시민들의 심리상태를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2. 엘리트 독식사회 -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생각의힘), ●●●●●●◐○○○
- 책은 그전까지 겨누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합의된 것에 가까웠던 총구의 방향을 사정없이 돌린다.
그곳에는 인터넷에서 기성권력의 전복을 외치다가 플랫폼 위에 올라선 권력자가 된 IT 업계의 갑부들이 있고,
분배 대신 혁신을 외치는 기업가들이 있으며, 사회변화가 아닌 자기계발을 외치는 지식소매상들이 있다.
3. 헌법의 풍경 - 김두식(교양인), ●●●●●○○○○○
- 이제와서 읽기에 딱히 특이한 내용은 없지만, 소개글에 나와 있는 '2004년 출간 이후 법학이라는 분야의
글쓰기 방식을 바꾼 최초의 책'이라는 문구를 보면 그 때는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책들이 모여 여론을
만들어 세상이 바뀌었고, 그래서 이제는 이런 이야기가 '별 거 없어 보이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닐까.
<기타장르>
1.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 팀 켈러(두란노), ●●●●●○○○○○
- 우연찮게도 남녀관계에 대해 서로 다른 이유로 요즘 분위기에선 받아들여지기 힘든 두 권을 동시에 읽었다.
우선 팀 켈러는 요즘처럼 '끌림'과 '감정'의 비중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대에 그때그때의 기분이 아니라
오직 헌신과 의무로 상대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면 그에 따라 감정도 채워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2. 욕망의 진화 - 데이비드 버스(사이언스북스), ●●●●●●○○○○
- 그에 비해 데이비드 버스는 (사랑이라기보단) 다양한 '욕망'과 짝짓기의 형태는 전적으로 남성과 여성간의
유전적 차이에서 나타나므로, 유전적 차이를 파악하여 접근하는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뭐 앞선 책이든 이 책을 읽든간에 책을 읽는다고 생기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