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기타 사건부 - 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
"다시 사람들이 안도하는 기척을 낼 때까지 움직이는거야."
"별 거 아냐. 나는 보지 못하지만 당신들 눈에는 후쿠와라이가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의 기척과 분위기를 느끼면서 제 위치에 눈코입을 놓아 갔다는 것이다.
"내가 제 위치에 눈코입을 놓으면 다들 안도하지. 위치가 잘못되면 숨을 삼키거나 몸을 움찔거리잖아. 그럼 다시 사람들이 안도하는 기척을 낼 때까지 움직이는 거야."
"겨우 그거뿐이었나요?"
- p. 60. 복어와 후쿠와라이
. 또 다른 미야베 월드의 시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프리퀄에 해당하는 '맏물이야기'가 있으니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오치카에서 도미지로로 주인공이 바뀐 후 미묘함과 미심쩍음의 경계를 오가던 미시마야 변조괴담을 잠시 접어두고 나온 신작. 분명히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께선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 가졌던 인터뷰에서 이게 자신의 필생과업이고 이걸로 (미미)'백물어'를 채우겠다고 하셨는데, 그새 또 슬쩍 빠져서 다른 시리즈라니.
. 어찌됐든 반가운 신작이니 페이지를 넘겨보면,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전직 오캇피키(파출소에서 고용하는 민간협력자 정도라고 하면 될까)의 부하이자 현직 문고상 직원이라는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는 기타이치다. 그전까지의 주인공들과 비교하면 말단 중 말단인 사회초년생인데, 심지어 그런 기타이치가 대장으로 모시던 오캇피키인 센키치가 복어 독을 먹고 급사하는 바람에 오캇피키 조직에서도 떨려나고 만다. 그런 끈떨어진 상황에서도 괴이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가며 계속해서 레벨업(!!) 하는 이야기. :)
. 물론 평범하고 선량한 기타이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미미 여사님께서는 마치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하나하나 진행될 때마다 두뇌 역할을 하는 센키치 대장의 아내인 '마님'(앞은 보이지 않지만 그동안의 미야베 미유키 작품의 인물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과 어마어마한 무술실력을 가진 기타지를 동료로 갖춰주고, 활동력과 노회함을 두루 갖춘 동네 관리인 도미칸을 이야기의 진행자이자 감초 역할로 붙여준다. 그렇게 완성된 파티(?)가 최후의 사건과 맞부딪치고,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사건 해결. 주인공의 레벨(?!)이 1에서 3 정도로 올라가면서 2편을 암시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미미 여사가 게임을 즐겨하며 게임의 시나리오를 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게임 문법에 맞춘 소설을 썼을 줄이야.
. 다만 이런 성장물의 첫 작품은 좋게 말해 무난하고 박하게 말하자면 밋밋한 어느 사이에 자리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아직은 1편이다보니 멤버들간의 파워밸런스(....)가 불균형한 점도 있어서 이 이야기가 확실히 자리잡는 건 후속작이 나온 후에야 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책표지를 보면 여사님께서도 미시마야 변조괴담과 함께 죽 이어나가고 싶다고 하시니 일단은 지켜보는 걸로. 그런데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소설이라기보단 게임 리뷰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