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이 사라지면 죽음에 가까워진다.
세상에 갓 나온 것들은 둥글다.
흙속에서 뿅하고 얼굴을 내민 새싹도
암탉이 내뱉듯 낳은 달걀도
여인의 자궁 속 아기는 둥글게 몸을 웅크려 때를 기다리다 나온 아기의 모든 것이 둥글다.
시간이 지나도 둥긂은 어느정도 지속된다.
아기의 얼굴과 손, 엉덩이, 어깨, 발등 마저 둥글다.
심지어 옹알거리는 소리에서 재잘거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밭에서 싸지른 소똥을 굴리는 쇠똥구리의 그것마냥 폭신하고 질퍽하다.
커가는 아이들의 팔 다리는 길죽해지고 뼈는 도드라진다.
설사 살집이 있는 아이도 이목구비는 어릴 때 보다는 각이 지기 시작한다.
말랑했던 뼈는 더욱더 단단하게 몸을 지탱하여 위아래 길이가 좌우 길이보다 월등히 커지기 시작한다.
감정에 따라 조금씩 날 선 말투를 입에 올리기도 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들 역시 더 딱딱하고 화끈하고 술처럼 쌔한 것들로 확장된다.
솜털로 안겨있던 피부들은 젊음을 지나면서 메마르고 갈라지기 시작한다.
거친 돌기가 느껴지는 듯, 왠만한 뜨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시간이 온다.
노인의 얼굴을 보라.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살은 흘러내려, 그 모양은 육각형에 가까워진다.
둥긂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노인의 말은 젊은 이들의 둥근 귀에 가 닿을 수도 없다.
수긍과 인정은 사라지고 아집과 이기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속에는 대찬 창의 정의가 아닌 성가신 생선 가시의 날카로움이 있다.
내 머리카락은 예전만큼 윤기가 없고, 끝은 갈라져 푸석하다.
봉긋 둥글던 가슴은 중력으로 인해 힘 없이 아래로 뾰족하게 쳐지고
아무리 동그랗게 깎아도 거칠어지는 발톱은 거뭇하기까지 하다.
노인이 된 나는 내 말에 어떤 것이 들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 시는 마흔 넷인 지금, 노인이 된 나를 위해 쓰는 시이다.
둥근 것이 길쭉해지고 모가 나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나이듦이라고.
그러니 새치혀를 조심하고 마음을 비우라고 경고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