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보는 꼰대 세상
꼰대가 핫하다.
꼰대를 손가락질하는 손가락 주인 중에도 꼰대가 많다.
40대는 5,60대를
5,60대는 6,70대를 꼰대라 칭한다.
어, 그러고 보니 40대도 2,30대에겐 꼰대구나.
세상은 돌고 돈다더니 꼰대도 돌고 돈다.
우리 회사 최고 꼰대가 어느 날 내게 와서 말했다.
"내가 꼰대가 되어가나? 말을 하는데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어져."
나는 속으로 말했다.
'일단 내 모니터 앞으로 좀 안 왔으면 좋겠어. 당신 자리에서 말해도 되는데 왜 내 의자 옆으로 바짝 와서 내 모니터를 보는 거지? 그리고 당신 이미 심각한 꼰대야.'
어느 날 친정에 갔더니 아빠가 말씀하셨다.
"이제 곧 우리나라는 공산국가가 될 거다. 두고 봐라."
나는 속으로 말했다.
'우리나라가 공산국가가 될지 안 될지 아버지는 아실 수 없을 거예요. 죽기 전에 안되면 죽고 나서 되겠지라고 하시겠죠. 그러니 난 아버지를 설득할 이유가 없네요.'
지하철 문이 닫힐 때 급히 내리시려던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밀어 넣었다.
지팡이가 반쯤 낀 채로 문이 닫혔고, 바깥쪽 지팡이가 벽을 긁으면서 불길한 소리를 냈고 그대로 다음 역까지 지하철은 달렸다.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쥐고 있었고, 다음 역에서 문이 열리자 기역자로 변형된 지팡이를 들고는 내리셨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저 지팡이가 나무가 아니라 쇠라서 다행이야. 그리고 저 할아버지가 내 아버지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어느 절에 들렀다.
절 입구 기념품 가게에 화과자가 있었다.
두 아이가 배 고플 시간이라 한 상자 사려고 화과자를 들었다 놨다 하자, 주인이 다가왔다.
" 화과자 맛있어요."
내가 말했다.
"유통기한 괜찮아요? 안에 썩은 거 있는 거 아니에요?"
불현듯 작년에 선물 받은 경주 화과자에 핀 곰팡이가 떠올랐다.
결국 사지 않고 나오자 남편이 말했다.
"그런 말은 안 했으면 좋았을 걸."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앗뿔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