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캐서린 데니얼 클라크를 떠올리며
실패자나 도망자들이 사는 습지의 판자집에 홀로남겨진 너는
단 한 번도 누구를 떠난적 없었고
그 누구도 너를 떠나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
그럼에도 나는 네가 되고 싶었어.
발바닥에 박힌 못을 제손으로 뽑아내고
오로지 진흙과 바닷물로 그 상처를 치유하며
혼자 죽음의 두려움과 맞서야 했음에도
나는 카야 네가 되고 싶었어.
옥수수죽과 홍합이나 조개 따위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판자집에서 촛불로 밤을 지새며
여치와 청개구리의 노래를 벗삼아 포치에서 잠을 청했음에도
나는 카야 네가 되고 싶었어.
포인트 비치에서 조개를 줍거나 갈매기에게 먹을 것을 주다가
언제든 나신으로 바다 헤엄을 치고
낡은 아버지의 보트에서 습지의 석양을 보고
참나무숲 스러져가는 비밀 통나무집에서 키스를 하던,
나는 카야 네가 되고 싶었어.
이안류 같은 격정에 휩싸인 날들보다
해안가에 홀로 낙오된 갈매기 무리 중 한 마리처럼
하늘만 올려다 보며 무심히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너지만,
그럼에도 나는 카야 네가 되고 싶었어.
넌 언제나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강의 망루여야 했고
늪지의 파수꾼이어여야 했으며
갯벌의 어머니여야 했고
죽어도 야생의 일부여야 했지.
카야 너는 습지 쓰레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깊은 내면 숨겨진 욕망의 한 조각이기도 했어.
꿈 속에서 너의 머릿결을 쓰다듬어 보고
너의 살갗에 남겨진 태양의 흔적들을 관찰하고
너의 발바닥에 화석처럼 박힌 모래알들을 만져 보았어.
이제 넌 거기 있어. 내가 그리로 갈꼐.
그리고 우리 같이 저 바다로 나가자.
너의 낡은 보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