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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woorain Sep 05. 2022

<공조2> 다니엘 헤니 합류가 불러온 ‘메기효과'

추석 극장가 빈집털이 할까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추석 차례상에 기본적으로 올라가는 것들이 있다. 송편과 과일, 전 같은 음식들. 매해 만나는 익숙한 상차림이다. 익숙한 맛이기도 하다. 2017년 개봉해 781만 관객을 모은 <공조>의 속편 <공조2: 인터네셔날>은 추석 차례상 같은 영화다. 유머와 액션이라는 익숙한 재료를 익숙한 조리법으로 버무린 '아는 맛'이랄까. JK필름에서 <히말라야>를 만들었던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JK필름과의 인연을 이어나간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 림철령(현빈)이 다시 남한으로 파견된다. 목표는 남한으로 숨어든 글로벌 범죄조직의 리더 장명준(진선규) 검거. 수사 중 일어난 실수로 사이버수사대로 좌천된 강진태(유해진)는 광수대 복귀를 위해 림철령의 파트너를 자청한다. 죽을 고비를 함께 건넌 사이이니만큼 통성명 따윈 이제 필요 없다. "성(형)" "철령아". 서로를 부르는 호칭에서부터 친근함이 가득하다. 그러나 자신의 패를 완전히 깔 수는 없는 노릇. 서로를 어느 정도 속여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변수가 생긴다. FBI 소속 요원 잭(다니엘 헤니)이 장명준을 잡으려고 한국에 오면서 세 사람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손을 잡는다.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남북이 공조 수사를 펼친다는 골자는 전작과 유사하지만, FBI 요원 잭이 합류하면서 영화는 남·북·미 삼각 공조로 판을 넓혔다. 북한 철우(정우성)와 남한 철우(곽도원)의 공조를 그리다가 2편에선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선회한 <강철비> 시리즈 노선이 얼핏 보이기도 하는데, 3국의 정치·외교적 관계를 파고든 <강철비2>와 달리 <공조2>는 한반도 정세엔 딱히 관심이 없다. 이 영화의 과녁은 명백하다. 국제 정세는 들러리일 뿐, 핵심은 유머와 액션이다.      


잭의 합류는 의외로 영화에 여러 '메기 효과'(강한 자의 등장으로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며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불러온다. <의형제> <용의자> <공조> <강철비>로 이어져온 북에서 온 꽃미남 인간 병기와 평범해 보이는 남한 아저씨의 '남북 팀플레이' 틀을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 게 가장 큰 이득. 남북 문화 차이뿐 아니라, 동서양 문화 차이를 유머로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도 얻었다. 날 서게 대립하는 철령과 잭 사이에서 진태의 중재 능력도 여러 번 부각된다. 철령과 잭의 대립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싸우는 꼴"이라는 희한한(?) 비유로, 두 사람을 어르고 달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진태의 처제 민영(윤아)을 중심에 둔 삼각관계다. 철령-민영-잭의 삼각관계는 연예 예능 프로그램에서 메기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조성되는 모양과 흡사하게 진행된다. 글로벌 애티튜드를 장착한 잭은 여심 사냥에 최적화된 인물. 그런 잭에게 호감을 보이는 민영의 태도가 사뭇 섭섭한 철령은 질투라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이처럼 철령을 향한 민영의 '하트 시그널'이 이야기의 감초로 작용했던 전편과 달리, 이번엔 영화의 중요 라인 중 하나로 기능한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도 조금씩 변화를 입었다. 가장 큰 변화는 철령이다. "1편에서는 철령이 아내를 잃은 복수심에 불타는 캐릭터였다면, 2편에서는 그가 좀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코미디를 강화할 수 있었다"는 이석훈 감독의 말마따나, 철령은 이전의 철령이 아니다. 전에 없던 능청스러움도 장착했는데, <사랑의 불시착> 팬이라면 리정혁(현빈)과 림철령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남·북·미 삼각 공조로 인해 배경 역시 자연스럽게 해외로 확장됐다. 오프닝에서부터 영화는 뉴욕 시가전으로 관객을 실어나른다. 앞서 개봉한 영화 <헌트>가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촬영 불가를 여의도 세트장에서 뉴욕 총격 오프닝 장면을 찍었듯, <공조2> 역시 같은 이유로 춘천에 세트장을 지어 뉴욕 시가전을 대체했다(안 되면 되게 하라. 앞으로 로케이션 촬영에서 '현지 촬영'과 '세트 촬영'을 두고 고민할 영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 시가전을 시작으로 영화는 전보다 다채로워진 액션을 시도한다. 액션의 맛이 전반적으로 잘 산 편. 다만, 생활용품을 이용한 액션은 아쉽다. 전편에서 화제가 됐던 '두루마리 화장지 액션신'을 대체할 '파리채 액션신'이 등장하긴 하나, 위력과 창의력에서는 화장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공조2>는 웃음을 위해 개연성을 일부 포기하기도 한다. 강조하지만, 개연성을 몰라서 '놓친' 게 아니라 일부러 '포기'한 것이다. 이것은 부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영화의 부제는 '인터내셔널'이 아닌 '인터내셔날'로 콩글리시다. 이것은 <공조2>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조금 허술하더라도, 온 가족이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      


그 연장선에서 <공조2>는 관습적인 요소도 적극 끌어안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슬로 모션으로 걸어나오는 현빈-유해진-다니엘 헤니를 보면 관객은 어렵지 않게, 그런 세 남자의 모습에 반하는 사람들의 리액션이 있으리라는 걸 짐작하게 되는데, 예측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진태의 아파트 주민들은 세 사람이 뿜어내는 광채에 눈을 비빈다.      


클럽으로 향하는 윤아를 보며 관객은 클럽 사람들이 윤아에게 홀리겠구나 예상하게 되는데, 정확히 몇 분 후 그런 풍경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좋게 말하면 효율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상투적인 신들이 즐비하다. 이 효율적이면서도 상투적인 장면들이 OTT 시대의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그에 따라 <공조2>에 대한 호불호도 나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에 쓴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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