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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woorain Dec 31. 2017

픽사부터 마블까지..영화 속 숨은 이스터 에그 찾기

'깨알 맛' 이스터 에그 드시고 가세요~


서양의 '부활절 달걀' 풍습에서 유래된 '이스터 에그'는 영화에 깨알 같이 숨어 있는 단서나 메시지를 뜻한다.

이젠 영화 홍보로까지 활용되고 있는 '이스터 에그'. 그 기발한 사례들을 살펴봤다.


1. 픽사 작품을 본다면, A113을 찾아라!     


세계적인 창의력 집단인 픽사는 '이스터 에그'계의 조상이라 할만하다. 작품 곳곳에 '헨델과 그레텔'의 빵가루처럼 숨은 그림들을 흘려놓기로 유명한데, 그 중 하나가 바로 A113이다. A113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존 라세터가 칼아츠(CalArts)에서 공부했을 당시 사용하던 강의실 번호로, 존 라세터 외에도 여러 픽사 감독들이 이 강의실에서 꿈을 키웠다. 이후 이 번호는 픽사의 상징처럼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토이스토리>의 차 번호판, <니모를 찾아서>의 잠수부 카메라, <카>의 지하철 넘버, <몬스터 대학교>의 방 번호 등…눈 깜짝 할 새에 훅 지나가니, 방심하는 순간 놓칠 수 있다. A113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픽사의 '이스터 에그'는 '피자 플래닛 배달 트럭'이다. 역시 픽사의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숨은 그림으로 작품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픽사의 모든 작품에는 'A113' 문구가 숨어있다


2. 캐릭터 품앗이, 모든 픽사 작품은 연결돼 있다.     


혹시 '픽사 가설'이라고 들어봤는가. 들어봤다면 당신은 분명 픽사 사랑꾼이다. 픽사의 열렬 팬인 존 네그로니(Jon Negroni)가 지난 2013년 주장한 이론으로 "픽사의 모든 작품은 하나의 세계관 안에 연결되어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가설로만 떠돌던 이 이론은 지난 1월 픽사가 공식 SNS를 통해 픽사에 등장한 '이스터 에그'들을 소개하면서 사실상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연결돼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자. 


<도리를 찾아서> → <인사이드 아웃>

<도리를 찾아서>를 보면 도리가 대형 수족관에 빠져 고군분투 하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이 때 수족관 속 도리를 구경하는 관람객 중 낯익은 소녀 한명이 보인다. 눈치 챘는가. 바로 <인사이드 아웃>의 소녀 라일리다. 위기에 빠진 도리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족관 풍경에 푹 빠진 인상이다. 그렇다면 <인사이드 아웃>은 또 어떤 세계로 연결이 돼 있을까. 

▲ <도리를 찾아서> 안에 <인사이드 아웃> 있다


<인사이드 아웃> → <굿 다이노> 
사람의 머릿속에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다섯 가지 감정이 살고 있다는 기발한 상상을 그린 <인사이드 아웃>의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라일리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떠난 여행을 소환한다. 여행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주목해 보자. 사진 뒤로 등장하는 거대 공룡. 그렇다. <굿 다이노>에 등장한 코뿔소를 닮은 공룡 우드부시다. 우드부시는 주인공 공룡 알로가 인간 꼬마에게 '스팟'이란 이름을 지어주자 이렇게 말한바 있다. "네가 그 애의 이름을 지어줬으니, 그 애는 이제 네 편이야." 김춘수 시인의 그 유명한 <꽃>을 읽은 게 아닐까 추론되는 우드부시가 화석이 되어 라일리의 어린 시절로 들어온 것이 아날까 상상해 본다. 

▲ <굿 다이노> 우드부시, 화석으로 남아..


<몬스터 대학교> → <굿다이노><몬스터 주식회사> → <토이스토리2>  

<몬스터 대학교>의 기숙사에서도 <굿 다이노>의 흔적은 감지된다. 기숙사를 열심히 대청소하는 몬스터들. 이때 방바닥에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는데, 그 속에 놓인 공룡은 <굿 다이노>의 주인공 알로다. 사실 방바닥에 널브러진 인형으로 가장 많이 찬조출연(?) 하는 캐릭터들은 <토이스토리> 친구들이다. <토이스토리2>에서 버즈 라이트이어와 사랑의 짝대기를 그었던 카우걸 제시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꼬마 숙녀 부의 방에서 찾을 수 있다. 장난감 부자로 추정되는 부는 몬스터 설리번에게 장난감 선물을 주기도 하는데, 이때 건네는 인형이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인 것도 확인할 수 있다.

▲ 몬스터들 방에 있는 인형 알로

▲ <몬스터 주식회사> 부의 방에 널브러져 있는 <토이스토리2>의 제시

▲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가, <몬스터 주식회사> 장난감 인형으로


<업> → <토이스토리3> 

<토이스토리3>에 등장한 인형 캐릭터 중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이가 있었으니, 덩치가 큰 분홍색 곰인형 랏소 베어다. 푸근한 호감형에 사랑스러운 분홍 털을 지닌 소유자이지만, 외모만 보고 판단하면 금물. 자신을 내팽개친 주인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한 랏소는 우디와 버즈 일행을 위기에 빠뜨리는 악당이다. 랏소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줬을 어린 시절에 대한 힌트는 2009년 개봉한 <업>에 등장한다. 칼 할아버지가 집에 수천 개의 풍선을 매달아 날아가는 장면에서, 이웃집 꼬마아이의 방이 나오는데, 아이의 방 침대 옆에 랏소가 보인다. 기분 탓일까. 굉장히 외로워 보인다.

▲ 랏소 베어의 숨겨진 과거, <업>에 있다


<도리를 찾아서> → <니모를 찾아서>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와 친구들을 공포에 덜덜 떨게 했던 달라를 기억하는가. 달라는 치과 의사 필립 셔먼의 조카딸로, 물고기를 키우기만 하면 모두 죽이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는 달라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수족관을 탈출할 계획을 세운바 있다. 그런 달라가 <도리를 찾아서>에서도 등장(?) 한다는 사실. 달라는 도리와 문어 행크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사진으로 포착된다. 깨알 같다, 정말.

▲ 깨알 같은 달라의 찬조출연.


3. 마블, '이스터 에그' 계의 떠오르는 신성     

픽사가 '이스터 에그' 계의 조상이라면 마블 스튜디오는 '이스트 에그' 계의 떠오르는 신성이라 할만하다. 마블이 선보인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개별 시리즈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새로운 차원의 프랜차이즈 모델로 발전했다. 이들은 '함께 또 같이'의 구호 아래 개별 활동을 하다가 '어벤져스'라는 이름으로 뭉쳐 합동 전략을 구사했으니, 이는 '이스터 에그' 뿌리기에 더 없이 좋은 설정이라 하겠다. 실제로 마블은 작품마다 '이스터 에그'와 쿠키 영상 등을 심어두며 다음 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로 유명한데, 여기서 잠간. 쿠키 영상과 '이스터 에그'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쿠키가 떠 먹여주는 밥이라면 '이스터 에그'는 직접 차려 먹어야 하는 밥상이니까. 마블에 숨어있는 수 많은 '이스터 에그' 중 몇 개를, 개인적인 주관으로 몇 개 뽑아봤다. 

        

#. 토르에게 인간 인격이 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토르: 천둥의 신>에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옷에 달린 명찰을 보며 제인(나탈리 포트만)에게 묻는다. "이건 뭐예요?" '도널드 블레이크’라는 이름을 보며 제인이 "엑스 보이프렌드"라고 멋쩍게 웃는데, 갑작스럽게 전 남친 이름이 왜 등장할까. 혹시 토르를 향한 제인의 밀당? 물론 아니다. 이는 원작에 대한 나름의 예우일 뿐. 원작을 살펴보면 토르는 아버지 오딘에 의해 기억이 지워진 채 지구로 추방된 후 '닥터 도널드 블레이크'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이것이 영화로 옮겨지면서 축소된 셈. 설정은 바뀌었지만 영화는 제인의 전 남자친구 이름으로 토르의 인간 인격을 언급하며 원작의 흔적을 남겼다.

▲ 원작에서 토르의 인간 인격 이름=도널드 블레이크


# TV판 헐크와 영화판 헐크의 만남     

마크 러팔로 표 헐크 이전에 에릭 바나 표 헐크와 에드워드 노튼 표 헐크가 있었다. 이 중 에드워드 노튼이 헐크로 분했던 <인크레더블 헐크>의 '이스터 에그'를 찾아보자. 극중 실험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연구실을 찾아간 배너 박사(에드워드 노튼)는 피자로 경비원을 매수하려 한다. 이때 피자 하나에 배너 박사를 통과 시켜준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 배우 루 페리그노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헐크> TV시리즈인 <두 얼굴의 사나이>의 주인공이다. 그러니까 이 장면, 헐크와 헐크의 만남인 셈이다. 물론 마블의 카메오하면 이 분! 마블 회장 스탠리 할아버지를 빼놓을 수 없다. 스탠리 회장은 모든 마블 작품에 어떤 방식으로든 출연한다. 

▲ 원조와의 만남. 나도 헐크, 너도 헐크


#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아이언맨2>에서 히트를 친 것은 쿠키 영상에 등장한 토르의 망치 '묠니르'였다. 영화는 묠니르를 클로즈업하며 토르의 등장을 노골적으로 예고한바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는 토르의 망치만 있는 게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도 깜짝 등장한다. 영화 중간 콜슨 요원(클락 그레그)이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미완성의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보여주며 "이게 뭔지 아느냐"고 묻는다. 이 방패의 위력을 모르는 토니 스타크는 원자가속기의 받침대로 사용하는데, 이는 <어벤저스>를 위한 포석 중 하나였다.

▲ 캡틴 아메리카 방패의 자괴감, 이러려고...

        

# B급 영웅 <데드풀>은 오프닝부터가 '이스터 에그' 덩어리     

특유의 '자뻑 정신'으로 슈퍼히어로 족보에 한 획을 그은 B급 히어로 데드풀. <데드풀>에는 100개가 넘는 '이스터 에그'가 숨어 있으니, 오프닝부터 남다르다. 일단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는 피플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뽑힌 이력이 있다. 누가 자뻑 영웅 아니랄까봐, 그의 얼굴이 박힌 피플지 2010년 호가 오프닝 크레딧에서 떠오른다. 과거 <그린랜턴>에 출연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이력 역시 깨알 등장해 웃음을 안긴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에스터 에그'는 Rob.L이라고 적힌 커피. 이는 원작자인 롭 리펠드(라이필드)의 이름이다.

▲ 이스터 에그 덩어리, <데드풀>


4. '스타워즈 오마주'…마블의 팔 절단 역사     

마블의 진기명기 '이스터 에그'는 비단 자사 영화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블은 [페이즈2]부터 <스타워즈>의 그 유명한 장면, 그러니까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에게 팔이 잘리는 장면'을 꾸준히 오마주했다. 이는 마블 스튜디오 수장 케빈 파이기가 직접 예고하기도 했다. "MCU 페이즈2 영화들에서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이 팔을 잃게 될 것"이라는 케빈 파이기의 예언대로 각 시리즈마다 캐릭터의 팔들이 잘려나갔다. <아이언맨3>에서는 안티히어로 알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이 '댕강', <토르: 다크월드>에서는 토르가 꿈에서 '화들짝',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서는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가 '뚝',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는 그루트가 '너덜너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가 '쓱', <앤트맨>에서는 옐로우 자켓(코리 스톨)이 팔이 잘리는 수모를 겪었다. (참고. 페이지2: MCU 영화 시리즈의 2번째 그룹. 2013년 <아이언맨3>부터 2015년 <앤트맨>까지 해당된다.)

▲ <스타워즈>가 뭐라고, 팔 절단을...


5. <스타워즈>는 '이스터 에그' 상상을 부추긴다.     

1977년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선보인 SF영화 <스타워즈>를 향한 미국인들의 사랑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스타워즈>인 만큼, 해당 영화와 연관된 '이스터 에그'도 차고 넘친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만, 원통 로봇 'R2-D2'를 향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먼저 스티븐 스필버그는 1981년 작 <레이더스>에서 R2-D2를 깜짝 소환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스필버그에겐 가능하다. 그것도 감쪽같이. 인디아나 존스 박사(해리슨 포드)가 동굴에서 발견하는 유물의 상형문자로 R2-D2를 활용한 것. 

▲ <스타워즈> R2-D2를 향한 사랑


R2-D2를 향한 사랑은 J.J. 에이브럼스 감독도 큰 모양이다. <스타트렉 다크니스> 우주공간 전투 장면에 느닷없이 'R2-D2'가 튀어나와 관객들을 즐겁게 한 바 있다. <스타워즈>의 광팬으로 알려진 J.J. 에이브럼스는 결국 직접 <스타워즈> 시리즈의 연출을 맡는 영광도 누리고 있다. 스필버그가 제작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도 R2-D2가 '이스터 에그'로 등장한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시각효과 총감독인 스콧 파라는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설립한 시각효과 팀 ILM 소속의 시각효과 전문가. 이러한 인연으로 R2-D2는 트랜스포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6. <마스터>에도 이스터 에그가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오래 전부터 영화를 보는 재미로 자리 잡은 '이스터 에그'.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어떨까. 아직은 '이스터 에그' 불모지에 가깝지만 숨은 그림 찾기에 관심을 보이는 감독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가장 가깝게 찾을 수 있는 사례는 전국 7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의 <마스터>. 영화에는 세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상징하는 그림이 숨겨져 있다. 김우빈이 연기한 박장군의 노트북 모니터 구석을 유심히 보라. 작은 손바닥 그림이 등장하는데, 이는 김우빈이 진짜로 그린 그림이다. 강동원이 연기한 김재명 형사는 거대 악에 맞서 싸우는 인물로, 김재명 사무실에는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그림이 걸려있다. 한편 이병헌이 연기한 진회장은 상대과 목적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 팔색조다. 팔색조? 진회장이 노트북으로 돈을 송금할 때, 화면에 팔색조 그림이 뜬다. 모두 조의석 감독이 심어 둔 '이스터 에그'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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