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세족식을 하듯이 어느 날 유성이가 발을 씻겨줬는데 울컥했네요. 딸 키우는 재미인가 봐요^^;;
그동안 유성이 주변의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할 때 친한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가장 많은 얘기는 "그냥 찍기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편집을 잘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 유튜버라면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늘 그렇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앞에서도 여러 차례 얘기했듯이 자막이나 편집 없는 원테이크 영상만으로도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으니까요.
영상을 만드는 데 있어서 촬영이 편집보다 중요한 이유는 편집을 아무리 잘해도 촬영한 것이 별로라면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촬영이 좋으면 아무런 편집 없이 현장 영상만 보여주어도 충분히 내용이 전달되지만 촬영이 엉망이라면 아무리 '편집의 신'을 데려와도 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촬영자가 편집자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촬영자나 편집자나 모두가 중요합니다. 단지 영상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니까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제가 언론사에서 일할 때 인턴 후배가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잘 나가는 핫한 연예인과 영상으로 단독 인터뷰를 하는데, 예쁘게 찍어주기 위해 전문가용 방송용 캠코더를 들고 촬영한 것입니다. 그런데 캠코더에 부착된 LCD 모니터 액정이 작다 보니 찍을 땐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실제로 편집하려고 하니 포커스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연예인 클로즈업 인터뷰 화면인데 포커스가 안 맞으니 아무리 편집을 잘해도 살릴 수가 없었는데요. 억지로 자료화면을 덕지덕지 붙여가며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안타까움이 너무나 많이 남는 경우였습니다.
방송용 캠코더를 사용할 때는 모니터용 액정이 아닌 뷰파인더를 통해 정밀하게 조정했어야 하는데 인턴이라 그런 노하우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고는 인턴이 사용한 카메라가 수동 카메라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사실 휴대폰으로 촬영했다고 하면 포커스 같은 것은 자동으로 잡아주기 때문에 포커스가 안 맞는 것 같은 실수는 생길 수가 없는데요. 정말 촬영이 편집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영상에 도전해 보라고 하면 편집 때문에 고민하는 아빠들이 여전히 정말 많습니다. 무언가 높은 벽이 존재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는데요. 편집과 자막, 음악 넣는 것은 정말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네요.
사실 제가 편집이 어려운 게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개인 유튜버의 편집은 컷 편집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제로 컷 편집은 어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쓰더라도 정말 어렵지 않은데요. 30분을 걸어갔지만 그중에 재밌는 부분만 잘라서 1분짜리 영상을 만들 경우 ‘자르기’와 ‘이어 붙이기’, ‘앞뒤 순서 바꾸기’ 정도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뽑아낼 영상의 구역을 설정하거나, 뽑는 방법 등도 배워야 하니까 '너무 쉽다'라고 할 수는 없을 텐데요.
하지만 간단한 기능들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컴퓨터에 붙여 놓는 정도만으로도 아이 스스로 충분히 편집할 수 있는 만큼 도전해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실제로 유성이는 1시간도 안되어서 컷 편집을 배웠는데 요새는 직접 편집하는 시간이 많답니다.
그런데 저는 편집과 관련해서 다른 많은 유튜브 전문가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바로 컷 편집을 배울 때 아비드나 프리미어, 에디우스나 베가스, 엑스프리 같은 정식적인 편집 프로그램으로 배워보라는 것인데요.
많은 유튜브 전문가들이 휴대폰으로 하는 간단한 편집 프로그램을 권하는데 저는 유성이에게 전문 유튜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pc용 프리미어 프로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른이라면 휴대폰 어플을 이용해서 결과물만 만들어 내도 되지만 어린이에게는 편집의 원리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단순히 기능을 익혀서 공식처럼 사용하는 휴대폰 어플을 이용하는 것보다 정식 편집 프로그램을 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창의적인 편집을 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또한 원리를 이해하고 본인 스스로 알아가는 재미를 빼앗고 싶지 않았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고요.
사실 전문 편집 프로그램들은 전부 기본 개념과 방법이 비슷합니다. 저 역시 이들 프로그램들을 대부분 사용해 보았는데 맨 처음에 배우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일단 하나라도 손에 익히게 되면 자기 스스로 창의적인 편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쉽게 배울 수 있는 휴대폰 어플의 경우 고급 기능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만들 수는 없다는 점에서 향후 확장성이 중요한 아이들에게는 적합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는데요.
모쪼록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초기엔 촬영만 잘해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편집을 익힐 때는 원리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시길 바랍니다.
[아빠의 조언] 편집 프로그램, 아이들은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어떻게든 만들어봐'라고 하기보다, '왜 그럴까?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같은 식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프리미어 프로 같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기 때문인데요. 몇 번 편집을 하다 보면 본인 스스로 새로운 기능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하게 되는데 열심히 해서 그것을 유형별로 정리하면 다음번에는 자신이 만들었던 기존의 것을 활용해서 더욱 쉽게 편집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편집을 재밌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원테이크 영상을 이용하는 것이에요.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을 촬영했다면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에 촬영할 수 있잖아요.
그럼 이것을 가지고 그냥 유튜브에 올릴 수도 있지만 이곳에 간단한 효과를 주거나, 자막을 넣는 연습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날짜와 장소, 누가 부르는 어떤 노래인지 정도만 적어주어도 훌륭하니까요. 무엇보다 한 두 문장 정도 영상에 입히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에 배우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답니다.
실제로 원테이크 영상의 경우 더욱 이러한 부분이 극명하게 나타나는데요. 많은 연예인들이 한 시간 안에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린다고 하는 영상의 상당수는 이러한 원테이크 영상들입니다.
물론 연예인들은 엔지 컷이 별로 없고 엔지가 나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서 더욱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일반인들이 유튜버를 할 때는 엔지가 많아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엔지가 많아도 컷 편집만 익히면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만큼 결코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실제로 똥별TV 영상 중에 30%는 자막이나 음악이 없는 원테이크 영상이라는 점 앞에서도 강조했는데요. 주객전도라는 말처럼 되지 않도록 중요한 것은 알갱이, 내용이라는 점을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