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내용은 햄스터를 키우는 가정에서 일어나기 쉬운 상황을 가상으로 만들어낸 동화입니다. 햄스터는 강아지와는 달리 개성이 뚜렷한 동물이지만 아무런 지식 없이 키우는 가정이 많기 때문인데요.
동화를 읽으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햄스터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 중입니다. 잘못된 내용이나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 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유성아 이리로 와바. 둥둥이가 새끼 낳았다"
"엄마 뭐라고 정말?"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가 댕댕이의 출산 소식을 알려주었어요. 댕댕이가 둥둥이에게 덤벼들다 맞아서 사망했을 때 불안했던 것이 현실이 된 순간이에요.
엄마도 저도 준비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지난번 수아네 집에서 장롱 밑에 숨었던 생각이 나서 최대한 조용히 어둡게 해 주자고 했어요.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얇은 보자기로 케이지 문을 닫아주었어요. 그리고 사료도 충분히 넣어주었고요. 눈도 못 뜨는 새끼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세어보니 8마리였는데 그중 한 마리는 댕댕이와 똑같이 생겨서 엄청 반가웠어요.
"엄마. 저기 댕댕이랑 똑같이 생긴 아이가 있네. 엄청 귀엽다. 재는 딱 봐도 그냥 수컷 같아. 그렇지?"
"응 그러게 댕댕이랑 똑같이 생긴 것을 봐서는 그런 것 같네. 댕댕이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암튼... 얘네들 금세 클 텐데 걱정이네. 빨리빨리 주변에 분양해줄 곳 좀 찾아봐 3주 전에 다 분양시켜야지"
"응 엄마 태은이도 시윤이도 햄스터 부러워했으니까 분양해주자. 다른 곳도 알아볼게. 그런데 전부다 분양할 거야? 우리가 한두 마리라도 더 키우면 안 돼?"
"안돼. 우리는 동동이랑 둥둥이만 키우면 돼. 새끼 한 마리라도 더 있으면 또 새끼 생길 수도 있고 수아네처럼 산에다 풀어놔야 할 수도 있단 말이야"
"알겠어 엄마 저도 잘 찾아볼게요."
아빠에게 전화해서 둥둥이의 출산 소식을 전해주었어요. 새끼가 8마리나 되는데 눈도 못 떴지만 너무 귀엽다고 하니까 아빠는 난처한 듯 웃으셨어요.
"수아네도 8마리 중에 네 마리밖에 분양 못했는데 우리는 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 아빠도 주변에서 한번 찾아볼게"
수학 학원에서 수아와 태은이, 시윤이를 만났어요. 친구들은 둥둥이의 출산 소식에 깜짝 놀랐는데 특히 수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답니다.
"유성아 댕댕이랑 둥둥이는 골드 새끼들인데 이제 석 달 정도밖에 안된 거잖아? 보통 6개월 이후에 임신한다던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임신을 했지, 정말 신기하다"
"그러게 말이야 수아야. 동물병원 원장님도 석 달 정도 됐다고 하니까 그 정도면 아직은 걱정할 정도 아니라고, 임신이 불가능한 나이는 아닌데 확률이 극히 낮다고 했거든. 확실히 100% 확률이라는 것은 없나 봐"
얘기를 듣고 있던 시윤이가 부러운 듯이 말했어요.
"유성아 새끼들 사진이나 영상 좀 보여줘. 엄마한테 다시 얘기해봐야겠다. 저번에 수아가 햄스터 준다고 했을 때도 엄마가 안된다고 했거든. 언니 비염 때문에 강아지도 못 키우는데 햄스터는 더더욱 안된다고. 그런데 이번에 다시 말해보려고. 나도 정말 햄스터 키우고 싶단 말이야"
"그래 시윤아 엄마에게 잘 얘기드려봐. 햄스터는 독립적인 동물이라서 한 마리만 키우면 특별하게 손 가는 게 없거든. 우리 아빠도 비염 있지만 동동이랑 맞부닥치는 일이 없으니까 증상이 나빠지진 않거든. 케이지 청소 네가 직접 하겠다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 나도 내가 직접 청소하는데 크게 어렵진 않거든."
얘기를 듣던 태은이도 제 휴대폰 속의 사진을 보면서 얘기 했어요.
"와 정말 귀엽다. 나도 진짜 키워보고 싶은데... 우리 엄마는 동물은 무조건 안된데. 떠나보낼 때 힘들다고. 그래서 차라리 식물을 키우라고 하시는데 사실 식물 키우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 요새 우리 엄마는 계란 껍데기에다가 마늘을 키우고 계신데 엄청 쑥쑥 자란다고 좋아하시거든. 그런데 나는 그냥 그래. 마늘이 마늘이지 뭐.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데다가 동물처럼 즉각적인 반응이 없으니까 지루하더라고"
"그래 식물 키우는 것과 동물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지. 너희 집에도 꼭 햄스터가 분양됐으면 좋겠다. 갑자기 8마리나 태어나서 보낼 곳이 마땅치 않거든. 너희들도 주변에서 혹시 햄스터 키우겠다는 집 있으면 알려주렴"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니 아빠가 세 마리는 보낼 곳이 생겼다고 말했어요. 카톡 대화명에 햄스터 분양한다고 적어두니 친한 의사 선생님이 한 마리를 원했다고 하네요. 안과 원장님인데 햄스터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케이지 달리해서 한 마리 더 키웠으면 한다고요.
두 번째는 혼자 사는 아빠 후배인데 고양이랑 둘이 사는데 햄스터 분양해 주면 잘 키워보겠다고 했데요. 고양이가 있어서 걱정이긴 하지만 케이지 안에서 따로 키우는 것이면 괜찮지 않겠냐고요. 마치 톰과 제리처럼 재밌게 지내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고요.
세 번째는 할머니 집에 갔다 드린다고 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적적해하시니까 햄스터 있으면 좋겠다 싶었데요. 햄스터는 강아지처럼 산책을 데리고 나갈 필요도 없이 그냥 밥만 주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청소만 해주면 된다고 하니까 할머니가 키워주신다고 했데요.
"엄마 둥둥이 젖 빨리는 것 보세요. 새끼들이 엄청 세게 무는데 둥둥이 좀 힘들어 보이네"
"그러게 유성아 둥둥이는 아직 다 크지도 않았는데 새끼가 새끼를 낳은 것 같아 안쓰럽네. 자꾸 쳐다보지 말고 쉬게 해주자"
"네 엄마 그런데 얘네들 새끼들요.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어요. 이제 솜털도 거의 없어진 것 같아요. 조만간 눈도 뜰 것 같아요. 아 만져보고 싶다"
"안돼 유성아 저번에 성민이도 자꾸 그러다가 새끼들 피신시킨 거잖아...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책임감이 없어서는 안 돼. 이제 얼른 씻고 들어가서 자렴"
"네 알겠어요 엄마"
새끼들을 계속 보고 싶었지만 엄마 말이 맞는듯해서 참았어요.
씻고 잠을 청하기 전에 동동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답니다. 동동이는 저의 수호천사라 그런지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 저를 보면 반가워한답니다.
"동동아 너도 새끼들 봤지? 엄청 귀엽지 않아?"
"귀엽긴 하지 하지만 둥둥이가 힘들어하는 것 보니까 너무 안쓰럽더라. 앞으로 3주 정도는 정말 꼼짝도 못 하면서 독박 육아해야 할 텐데..사실 나는 새끼들 키울 자신이 없어서 독신주의 하는 것이거든"
"응 그래 동동아 너 말도 맞아, 아까 얼핏 보니까 둥둥이가 엄청 힘들어 보였어. 새끼들이 젖꼭지를 하나씩 물고 젖을 빠는데 어찌나 세게 빠는지 펌프기로 물을 뽑아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응 맞아 유성아 어미가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먹지 못하니까 대신 젖을 먹이는 게 아니야. 젖에는 새끼들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들어있는데 이건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어미 몸에 있는 것을 나눠주는 거거든"
"응 동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어미 몸에 있는 것을 나눠주는 거라고?"
"응 맞아 출산을 하면 암컷의 몸은 젖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데 이 젖은 먹는 음식으로 섭취한 영양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쉽게 말해서 어미 뼛속에 있는 칼슘을 나눠서 새끼들에게도 주는 거지. 그래서 젖을 먹일 땐 매일매일 소실된 칼슘을 보강해야 하기 때문에 잘 먹어야 하는 거야."
"아 진짜로? 그럼 젖소는 매일매일 뼈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생기는 거야?"
"하하 젖소처럼 젖이 태생적으로 잘 나오는 동물도 있지. 하지만 약한 동물일수록 젖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든. 그러면 자기 몸속에 있는 영양분을 꺼내서 나눠주게 되는 거야. 또 너무 이른 나이에 임신하고 출산하면 젖이 더 잘 나오지 않기도 하는데 이런 이유로 너무 어릴 때 새끼를 배면 힘들다고 하는 거야. 아직 몸이 충분하게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새끼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마치 초등학교 축구부 아이가 프로축구 선수들과 시합하는 것처럼 힘들다는 것이지. 그런데 이건 햄스터만의 얘기가 아니야.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주는 것은 새로 먹는 음식의 영양분만을 주는 게 아니라 엄마 몸안에 있는 칼슘 등을 나눠주는 거란다"
"와... 동동아 너는 정말 아인슈타인 답다. 모유에 그런 신비한 내용이 있는 줄 몰랐는데... 우리 엄마도 아시는지 물어봐야겠다. 엄마 엄마"
유성이는 엄마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엄마,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건 그날 먹은 음식물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어미 몸에 있는 칼슘 같은 영양소를 꺼내서 새끼에게 나눠주는 거래요. 그래서 젖 먹일 때는 정말 잘 먹어야 하는 거라고. 사람도 그렇고 햄스터도 그렇다는데 엄마도 알고 있었어?"
"응 그럼 유성아 엄마도 너를 그렇게 키웠는걸. 사람도 마찬가지야. 특히 칼슘이 중요하지 아기의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엄마의 뼛속에 있는 칼슘을 아기에게 나눠주는 것이란다. 하지만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면 나눠준 만큼 다시 보충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거지."
"엄마 그러면 그때 왜 아빠 아는 분이 모유 수유하다 골절됐다는 분도 비슷한 얘기인 거야?"
"응 그래 유성아 정말 똑똑하네. 딱 그 얘기지. 그때 아빠 후배도 모유수유를 했는데 빠져나간 칼슘이 보충이 안돼서 골다공증성 골절이 생겼던 거야.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서 약해지는 게 골다공증인데 이게 심해지면 뼈가 부러지게 되거든. 그래서 임신 후 모유수유를 할 때는 뼈가 튼튼한 지도 꼭 확인해야 한단다. 골다공증성 골절이라고 하는 질병도 있으니까"
"와 저는 모유수유는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신이 준 축복이라는 얘기를 책에서 봤었는데 엄마의 희생이 정말 큰 것이었네요. 몰랐어요."
"응 유성아 그런데 그것은 희생이라기보다는 사랑이지. 그리고 모유수유를 하면 유방암 위험을 세배 이상 낮춰주기 때문에 엄마에게도 큰 선물인 게 맞아. 둥둥이가 지금 저렇게 힘들어하는 건 아직 어른이 덜 되었는데 새끼를 키우니까 힘들어서 그런 것일 거야. 그렇다고 비만해지면 안 되니까 좋은 사료로 잘 먹이자"
"네 엄마 알겠어요. 오늘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유성이는 둥둥이가 젖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젖을 먹는다는 게 왜 사랑이라고 하는지도 마음속 깊이 알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