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와 목욕모래 등모두준비해서 입양보냈어요
※ 본 내용은 햄스터를 키우는 가정에서 일어나기 쉬운 상황을 가상으로 만들어낸 동화입니다. 햄스터는 강아지와는 달리 특이사항이 많은 동물이지만 아무런 지식 없이 키우는 가정이 많기 때문인데요.
동화를 읽으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햄스터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 중입니다. 잘못된 내용이나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 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태어난 지 보름이 된 날, 둥둥이와 새끼들을 분리시켰어요. 이제 제법 새끼들의 덩지가 커지기도 했지만 둥둥이의 스트레스가 심해서 혹시나 새끼들을 죽이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었거든요.
케이지가 애초에 3개뿐이었지만 엄마는 리빙 박스를 개조해서 임시 케이지를 만들어 주었어요.
한 마리씩 따로따로 집을 마련해 주었는데 잠도 잘 자고 사료도 잘 먹고 모두 잘 적응하는 것 같았어요.
첫 번째로 분양해 준 것은 서울 삼양동에 사시는 할머니 댁이었어요. 할머니 댁에는 햄스터 케이지가 없기 때문에 댕댕이가 쓰던 케이지를 깨끗하게 씻어서 새끼 한 마리와 함께 넣었답니다. 베딩과 목욕 모래에 사료까지 몇 달은 충분히 버틸 만큼 용품을 다 챙겨서 할머니에게 갔어요.
"유성아, 할머니는 오늘 처음 햄스터 보는데, 햄스터가 뭔가 했더니 쥐처럼 생겼네? 그런데 한 마리만 있으면 외롭지 않으려나?"
"응 아니야 할머니, 햄스터는 독립적인 동물이라 혼자 살아야 해. 둘이 있으면 싸워서 서로 죽이려고 들거든. 어두운 곳에서 혼자 숨어 지내는 것을 좋아해서 그냥 밥만 주시면 돼요"
"밥만 주면 된다면서 뭘 이렇게 많이 갖고 왔어? 이건 다 뭐 하는 거야?"
"응 할머니 베딩이라고 햄스터 집 바닥에 깔아주는 톱밥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햄스터 청소할 때 있던 것을 버리고 새 걸로 교체해주면 돼요. 그런데 전부 더 버리지 말고 10% 정도는 남겨두는 게 좋아요. 햄스터는 눈이 나빠서 청각과 후각에 의존하는데 자기 냄새가 나야지 안심하는 경향이 있어서랍니다"
"그럼 이것 가루는 뭐고 또 이 벌레들은 뭐냐?"
"응 할머니 가루는 목욕 모래인데 마찬가지로 청소하는 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교체해 주면 돼요. 벌레들은 미럼이라고 햄스터 간식이고 보통은 사료를 주면 되는데 가끔 특별한 날이면 기념으로 주는 거예요."
"그래 유성아 그럼 얘는 이름이 뭐니?"
"응 할머니가 이름 지어주라고 우리가 안 지었어. 얘 엄마는 둥둥인데 할머니가 할아버지랑 의논해서 지어주면 돼요. 잘 키워주셔야 해요.
할머니 집에 햄스터 새끼를 분양하고는 마음이 놓였어요. 할머니는 저번에 제가 부화기로 낳은 병아리도 닭으로 잘 키워주셨거든요. 할아버지도 햄스터를 보고서는 웃으시는 것이 마음에 놓였어요.
"엄마 할머니 집에서는 정말 잘 살 것 같아. 그렇지?"
"그래 할머니가 어련히 잘 키워주실 테니 걱정 안 해도 될 듯"
두 번째로 분양해준 것은 아빠가 친하게 지내는 안과 원장님이셨어요. 집으로 찾아오시겠다는 것을 괜찮다고, 우리가 찾아가겠다고 했네요. 병원에 햄스터를 들고 찾아가니까 원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그리고 이미 집이며 배딩이며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답니다. 이미 한 마리를 잘 키우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는터라 더욱 안심이 되었어요.
"유성아 이 햄스터 새끼는 생일이 언제야? 기억했다가 생일 되면 축하 파티 해주고 싶은데..."
"네 3월 15일이에요. 이제 딱 보름 지났답니다. 생일까지 챙겨주신다고 하니 정말 안심이 되네요. 원장님 고맙습니다"
세 번째는 아빠 후배한테였어요. 아빠는 후배를 집으로 불러서 돼지갈비를 사주셨네요. 저도 엄마랑 같이 먹었는데 식사 중에 햄스터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어요.
"성훈아 네가 선뜻 키워보겠다고 해서 고맙긴 했는데 그래도 고양이가 있으니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거든. 고양이가 해코지 못하게 잘 좀 부탁해"
"네 형님 걱정 마세요. 저희 집 고양이는 아주 새끼 때 데려온 것이라 쥐 나 햄스터 같은 것은 본 적도 없어요. 겁도 많은 편이라 별일 없을 거예요. 케이지 안에다가 잘 넣어서 보관할게요."
아빠는 후배에게 새끼 한 마리와 함께 베딩이며 목욕 모래며 사료며 이것저것을 많이 챙겨주셨어요. 그러면서 잘 부탁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아빠 강아지는 분양할 때 비싼 값으로 팔기도 한다는데 햄스터는 공짜로 주고 이것저것 용품도 다 주고 이상하다 그렇지?"
아빠와 엄마는 제 물음이 웃겼는지 방긋 웃었어요. 그런데 얘기를 듣고 있던 동동이가 약간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햄스터가 번신력이 좋아서 흔해져서 그렇지. 햄스터는 보통 생후 6개월만 지나면 짝짓기를 하는데 한 번에 10마리 가까이 낳잖아. 그런데 출산 후에도 몇 달 있다가 또 임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 심지어는 출산 후 1달도 안돼서 임신을 또 하는 경우도 있고. 호랑이나 판다처럼 개체수가 적었다면 안 그랬을 텐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응 동동아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사람도 연년생 키우려면 엄청 힘들다고 하는데 몇 달 만에 출산이라고 하면 정말 끔찍한 것 같아. 그런데 둥둥이처럼 임신을 시키려고 한 게 아닌데 얼떨결에 임신하는 것을 막는 좋은 방법은 없나?"
"응 그게 한집에서 한 마리만 키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야. 케이지를 달리 한다고 해도 탈출해서 임신이 되곤 하거든. 댕댕이가 매일같이 천장을 기어 다녔던 것 기억나지? 암컷은 발정기가 좀 짧은 편인데 반해 수컷은 발정기가 자주 오고 오래 지속되거든. 그러니 같은 집에서 암컷의 냄새가 나면 어떻게 해서라도 방을 탈출해서 찾아가는 거야. 하지만 아예 암컷의 냄새가 나지 않으면 그런 시도까지는 안 하니까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지. 또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임신이 불가능하게 수컷을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 "
"응 그래 동동아 그런데 이상한 게 댕댕이랑 둥둥이는 남매잖아. 같은 엄마에서 태어났는데 남매끼리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응 유성아 동물들의 짝짓기는 사람과 달리 본능이 좌지우지해. 사람들은 외모도 보고 경제력도 보고, 마음씨도 보고 하면서 여러 가지를 따지지만 동물들은 씨를 남기고 싶다는 본능에 충실한 거지. 물론 단체 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힘이 센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잖아. 힘센 동물이 먹이를 잘 잡아와서 암컷을 굶기지 않고 새끼들을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암컷을 차지하고 후손을 낳는 거지. 하지만 햄스터처럼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엔 사랑이나 책임감보다는 번식을 위한 짝짓기일 뿐이야. 같은 배에서 태어난 남매라고 해도 본인들은 그런 것을 신경 안 쓰거든. 왜냐면 햄스터는 자기 이외에는 모두가 적이기 때문에 부모 자식, 남매 이런 게 전혀 의미가 없거든. 눈이 나빠서 구별도 잘 못하고. 그래서 육아도 수컷은 관여하지 않고 암컷 혼자서 키우는 거야 "
"응 동동아 햄스터란 동물은 알면 알수록 참 신기한 것 같아. 그런데 남매끼리 결혼하면 안 좋은 것 아냐? 사람도 옛날엔 귀족들이 좋은 혈통을 계승시키기 위해 가족이나 친척끼리 결혼시킨 적이 있는데 기형아 출산이나 다양한 유전질환이 생겨서 금지했다고 배웠었거든"
"응 그래 유성아 역시 유성이는 정말 똑똑하다. 맞는 말이야 그래서 정말 햄스터도 계획 임신이 중요한 거야. 햄스터가 번식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끼리 짝짓기 할 경우 질병 위험이 높아지거든. 애초에 기형아로 출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성장하면서 몸에 암덩어리 같은 게 생겨서 일찍 죽기도 해"
"아 동동아 무섭다. 우리 새끼들도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아직까지는 선천적인 기형은 전혀 없었는데 말 듣고 보니 걱정되네"
"응 유성아.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야지. 그리고 둥둥이는 너무 어릴 때 출산했기 때문에 절대로 다시 임신하면 위험하니까 절대로 수컷이 주변에 못 오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특히 댕댕이 닮은 막내는 댕댕이처럼 둥둥이 쫓아다닐지 모르니까 조심 또 조심해야 해"
"응 그래 동동아. 막내는 절대 도망 못 가게 정말 신경 많이 쓸게.. 고마워..."
유성이는 잠에 들기 전에 햄스터와의 인연을 되돌아보았어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동동이를 만나고, 수아네 골드 새끼 댕댕이와 둥둥이를 데려오고, 댕댕이가 죽으면서 8마리의 새끼들이 태어났고... 지금 이렇게 새끼들을 주변으로 분양해 주는 것까지 너무 많은 일들이 짧은 시간에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동아 그래도 나는 너를 만나서 너무 좋다. 사랑해"
유성이는 그렇게 동동이와의 만남을 되짚어보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