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에 대하여

빈 방(20191108)

by sixsoul

내 방은 늘 비어있는 공간이다. '빈 방' 이라는 부수적 묘사가 없더라도 '비어있음'은 이미 내 방의 정의에 포함된다. 처음 내 방이 생겼을때? 그게 좋았다. 늘 비어있다는 것이 좋았다. 나만 들어갈 수 있는 곳. 아무도 마음대로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아지트. 차곡차곡 매 순간 모았던 쓸데없는 예쁜 쓰레기들은, 아무렇게나 책상에 모여 있다. 그때 그 나이에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했을까. 생각만큼이나 많고 많은 모든 내 물건들이 방 곳곳을 채워 여백이 없을때, 그 때가 엄마의 역치였다. 내 방에 무작정 들어와 책상을 클리어! 널부러진 물건보다, 누군가가 내 비어야만 하는 방을 침범한 것, 내 아지트를 공격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분하고 서러워 소리없이 울었다.

텅 비어있다. 빈 공간을 소리로 채우고싶었다. 드뷔시의 달빛. 그렇지만 소리는 공간을 채우지 못한다. 비어있다. 적막하다. 유난히 예쁜 쓰레기를 싫어하는 미니멀리스트. 가구까지 몇 개 남지도 않은 텅 빈 방은 메아리를 만들어낸다. 그래.. 어차피 떠돌이 인생, 짐 늘려서 뭐해. 무작정 들어와 침범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메아리를 만들 소음조차 없다. 내 방은 늘 비어있다. 20년동안.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없다. 완성되지 않은 무언가로 그저 존재하는 공간속에, 그 빈 방에 있다. 내가 있는데도, 내가 존재하는 그 방도 비어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공간 속을 나로 채워도 비어있다. 그렇게 아마도 20년 동안 더, 내가 있는 내 방은 빈 방이 되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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