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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soul Jun 29. 2020

히키코모리 합리화 뻘글

20200628

 

 단진자와 이중진자

   오늘날, 원자 물리학에서는 원자를 '고립된 상태'에서 고려한다. '고립 된' 상태에 있는 단 하나의 원자의 특징과 행동을 설명하는 것은 비교적 쉬우니까겠지. 이 원자와 아주 긴밀한 에너지를 주고받는 또 다른 원자가 단 하나라도 들어온다면, 기존 원자의 삶에는 크나큰 교란이 생긴다. 본래 가지고 있던 모든 에너지 체계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화학적 접근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원자 한 개의 상태(들뜬 상태 등)를 설명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가 와서 결합을 하려고 하면, 생김새부터가 안 예뻐서 쳐다보기도 싫은 오비탈 이론 같이 어려운 개념을 알아야한다.

  단진자의 움직임은 예측이 가능하다.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반복적 교환으로 영원히 반원 모양을 그리며 좌우를 오갈 것이다. 그러나, 진자를 딱 한 개만 더 직렬로 이어붙이면 이 진자의 운동은 아무런 규칙 없이 랜덤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론상 에너지의 방향을 계산할 수는 있지만, 아주아주매우 복잡한 것 같다. 알고싶지않다.) 세 개를 이어붙이면, 네 개를 이어붙이면? N 개는? 

  감정과 이성이 없는 진자 마저 두 개만 되어도 카오스적인 움직임을 보이는데, 서로가 얽히고설켜있는 우리 사람 사는 세상이 어느 정도 복잡할 수 있을지 대충 짐작 할 수 있다. 개개인의 다양성 때문에 세상은 통제가 안되고 복잡해진다. 그 복잡성은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도, 설명도 힘들게 만든다. 내 맘대로 될 수 없는 이 복잡한 세상에 무력감을 느낀다. 



혼자 있고 싶어,,,

  혼자 사는 집은 안정하다. 내가 걸어 놓은 액자는 내가 걸어 놓은 그대로 있고, 내가 사놓은 맥주는 내가 사놓은 그대로 있다. 모든 것들이 나의 통제권 안에서만 존폐할 수 있다. 내 맘대로 하나도 되는 거 없는 세상에서 내 맘대로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이불 밖은 위험하다.

  대충 25살을 전후로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삶이 힘들어짐을 느끼는 것 같다. 더 이상 내가 깨야 할 퀘스트가 알아서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전까지는 주어진 퀘스트를 깨는 것에만 익숙해졌으며 그것만 잘 해나가며 살아왔고, 그것을 잘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정해진 어떠한 법칙 속에서, 예를 들면 가만히 등하교만 잘 해도 학년은올라가고, 중학교, 고등학교와 같은 이러한 수순 속에서 안정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정돈된 무언가에서. 이 주어진 퀘스트 단계를 벗어나면 더 재밌는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세상은 내 맘대로 안되는 것 투성이고 계급의 격차를 느끼고. 법칙이 없어진 자유주의 속에 던져진 나는 모든 통제력을 잃는다. 결국 그 어떤 사람도 '타인'이라면 내 맘대로 조종할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그 타인이 내 삶의 영역에 들어오면 어떤 방향이든 나의 기존 생태 질서에 교란을 일으킨다는 것. 이 사람에 지치고 일에 치이며 자연스레 체득한 학습된 무기력은 집밖으로 내 몸뚱이를 내보내지를 못한다. 

  자유 속에서는 안되니까. 근데 그 통제력이 너무 간절하니까. 나 혼자 있으면 어떠한 법칙을 찾아내고 살기가 수월하니까. 그 실낱같은 나만의 법칙 속에서 통치하며 살 수 있으니까. 

 






뻘글 원인 제공 소스들

https://www2.estrellamountain.edu/faculty/farabee/biobk/BioBookCHEM1.html#Table%20of%20Contents

https://www.youtube.com/watch?v=W_oDaNr53PQ

https://www.youtube.com/watch?v=KutHY_Qq-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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