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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soul Jul 27. 2020

남 얘기가 진절머리 난, 난 뭘해야할까

20200726

  남 얘기는 재밌다. 오랜만에 만난, 혹은 어제도 만난 사람들끼리 정치인 얘기, 연예인 얘기, 그리고 주변사람의 크고작은 스캔들을 쏟아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남 이야기라고 하지만, 대개는 남 흉보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수 시간 뱉고 듣고 있자면 나는 그들보다는 잘 살고 있다는 위안을 얻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일회성 위로는 잠시 , 더욱 강렬한 공허함은 항상 그 이후의 혼자있는 시간를 채운다. 을 '흉'본다는 자체는 그 남, 혹은 그의 행동이 부정적인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반드시 생각난다 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 머릿속은 결국 부정적인 온갖 것들로 물드는 것은 불가피한 수순. 부정적 공허함이 나에게는 더욱 힘들기에, 그 자극적인 남 이야기들을 어느새부터인가 멀리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모두 소진시키고 나면, 일상의 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 된다. 어디에 갔고 무엇을 샀고 무얼 받았고 뭐를 먹었다는, 늘 다르지만 결국 같은 스토리. 질이 주는 인스턴트 위안에도 진절머리가 난 나는, 그 이야기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어느새부터인가 그런 이야기들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결론은, 나는 일상적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회피하는 회피형 인격장애에다가 자발적 아싸가 되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사실 혼자서 있는 무료한 시간들을 긍정적 생각으로 채우는 것도 아니다. 고독은 또 다시 돌아갈 현실을 보다 아름답게 즐기기 위한 충전일 뿐이어야 하는데, 늘 나를 고립시킬 뿐 현실의 생생함을 즐기지 못하니 긍정적일수가 있나.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사람들과 친하게 어울리지 못하는,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는 나에게 실망만 늘어 갈 뿐이다. 결국 또다시 이지저지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의 상황.

 

  그래도 합리화를 해보려한다. 아직 30대조차 되지 않은 내가 바라는 나의 40대, 50대는 적어도 남의 이야기로 시간을 메꾸는 사람은 아니다. 까페에 앉아 두 세시간씩 남 이야기 하기보다는 공원 벤치에 앉아 세상 진중한 표정으로 독서하고 사색하는 중년이 되고싶다. 그러니까 그때는 오히려 지금의 재미없음과 고리타분함이 강점이 될 지 모른다. 그런 성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니 지금의 이 짱돌의 모습은 결국 나의 가깝고도 먼 미래를 더욱 내실있게 할 것이다. 합리화 뻘글일 뿐이지만 그렇게 믿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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