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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soul Sep 05. 2020

유난히 길고 긴 이번 장마의 탄생

생일(20200813)

  어제부터 나에게도 결국 이 여정이 시작되었다. 우리 모든 병사들은 떠날 채비를 하여 행군하는 무리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마음 먹기가 힘들었을 뿐이지, 막상 한번 올라타니 이동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이번 년도는 유난히 지원자가 많았다. 평소 모집하던 것보다 세 배가 많은 기록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태초부터 병사가 되고싶었을까. 왜 이번에는 이렇게 많이 모이게 된 것일까. 처음 이 조직이 만들어졌을 때, 그때에는 세상의 이치에 어쩔 수 없이 병사는 필요하기 때문에 창단을 했을 것이다. 매년 채워야 하는 모집 단위가 있는데 혹시나 미달이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아마 홍보를 시작했을 것이고 그 홍보효과가 있었는지 나날이 지원자는 많아져만 갔겠지. 그리고 무수히 많은 지원자들의 높아져있는 그 사기를 꺾을 수는 없으니, 그냥 다 받아주기로 했었겠지. 그래서 이렇게 큰 조직이 되었을까.


  일년 전, 아버지가 이 조직에 몸을 맡겨 떠나시던 전날 밤, 나와 언젠가 저 북쪽나라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작별했다. 그리고 나에게 당부하셨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기 때문에, 특히나 세상의 중심에서 태어난 우리들이기 때문에 요즘은 몸과 마음이 병든 젊은이들이 많다고. 그래서 그들은 그저 불특정 대상에 대한 분노만 쌓여가고 있고, 그들이 죄다 병사로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예전처럼 싸우기 위해 조직을 키우는게 아니라, 이제는  조직의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그들의 에너지를 분출할 어떠한 싸움과 전쟁을 억지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그러니까 혹시라도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이 여정에 지원하지 말라고.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지 말라고.


 그러나 나도 그 정신이 아픈 젊은이들 중 하나였을까, 어느샌가 지원을 했고 이렇게 북쪽을 향해 행진하고있다. 역사적으로 이 길을 떠나간 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매년 전투에서 승리하기 때문에 적군을 몰아낸 그 북쪽 지방에 정착을 하는 것이다. 다시 아버지를 못 보는 나에게는 슬프긴 하지만, 그들은 우리 각자의 탄생의 의미를 의 역할을 다했을 뿐이고, 그들 덕분에 우리는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지구 전체의 평화를 위해 이렇게 발 벗고 나선다고 자부심을 가졌다. 이렇게 많은 지원군이 있어서 나 하나쯤이야 없어도 된다는 걸 깨닫는 지금이 오기 전까지는. 그래도 결국 난 아버지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이 길을 어쨌든 갔을 것이다.

 이주 정도 왔을까, 적군에 대한 소식을 듣기 시작했다. 이틀 사이로 그들과 대치를 할 것이니 상시 전투 대기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들이 남하하여 1km 반경으로 들어온다면 우리는 그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문득 그 느낌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 여기 있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 우리는 결국 이길 수 밖에 없었다. 적군들의 체구는 우리에 비해 아주 작기 때문에, 커다란 우리 몸집에 눌리다가 결국엔 패배를 하여 그대로 후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우리의 무수히 많은 지원군이 모조리 다 결집되어 왔으니 이번에도 역시나 승리를 장담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질 것을 알면서도 한 번의 재기 가능성을 노리는 그 적군들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아니,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뭣도 모르고 남하하는 무리의 흐름에 편승될 수 밖에 없는 각각의 개인사정들이 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겠지.

 우리는 신기라고는 없는 그저 평범한 병사들일 뿐이지만, 실제로 그 적군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한랭하고 싸늘해진 공기를 우리는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 느낌이 과연 그 명령 받았던 그 느낌이 맞을까 모두가 의구심만 품은 채 줄지어 조용히 잠든 척 하고 있던 병사들 열 사이로 한 병사가 미친 사람처럼 일어나 날뛰기 시작했다. ‘적군이다!! 적군이다!! 물리쳐라!!!! '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정말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생애 품고 있던 모든 분노를 그 적군들에게 내뿜기 시작했다. 적군들은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잘 버텼다. 나름대로 본인들의 우량아를 선발하거나 우리의 전술을 학습하고 그것에 맞추어 훈련했겠지. 우리도 나름 그들의 특징정도는 빠삭하게 학습했다. 비록 그들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우리를 대치하고 있지만 그들의 잠재적 에너지는 길어도 2주를 넘기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일주일 즈음 지났을까. 우리는 여태껏 우리의 추진력을 남겨놓기 위해, 그들의 힘에 대항할 수 있는 만큼만 선택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들을 굴복시킬 때가 왔다. 우리는 모두 온 몸을 불살라 육중한 우리의 몸집 밑으로 그들을 굴복시키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나가 떨어지는 적군들을 보아하니 그쪽 대장들은 지금 즈음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것이다.

  이틀 후, 아니나 다를까 적군들은 후퇴하겠다는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우리가 학습을 통해 배운것에 따른다면, 이미 승패가 결정 이 마당에서는 더 이상의 싸움은 없이 평화롭게 적군과 아군은 하나가 되어 북쪽으로 행군 하는 것이 우리가 배운 대로였다. 그렇게 우리는 북쪽으로 가서 각자의 아버지를 만날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우리를 항해 대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태세를 전환하여 굴복하지 않고 있으니 본때를 보여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명령이 떨어진다고해도 우리는 오랜기간 그들을 대치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이미 소진한 상태였기에,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물론 우리쪽의 쪽수가 훨씬 많기는 했지만, 본분을 다하지 않으며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그런 실속없는 머저리들 또한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쪽수가 많은 것은 해가되면 됐지 득이 될것은 없었다.

 이 주가 더 지났을까, 내막을 알게 되었다. 사실 적군은 진작에 우리에게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북상 후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그들의 본거지에 우리와 비슷한 몸집의 또다른 무리 병사들이 이미 터를 잡았고 그들의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적군들은 우리와 그들 사이에 끼어서 오랜 기간 대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그렇다고 전술과 언어조차 다른 그 적군과 우리가 한 패가 되어 저 새로운 거대 세력을 물리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적군들도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본인들의 터전을 마련해야 했기에 보다 더 약세되어가는 우리와 대치 할 수밖에 없었다고.

 우리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우리도 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치를 계속했다. 이제는 적군과 에너지 레벨이 비슷한 수준이 된 것만 같다. 그렇게 무려 한달 반이 넘는 긴 시간동안 대치는 계속되었고, 우리 병사들은 대거 목숨을 잃어왔다. 평년보다 세 배가 많은 쪽수였기 때문에 죽어나간 그 몸집의 양도 무수했다. 아마 나도 멀지 않은 훗날, 먼지가 되어 물방울이 되어 지금 이 자리에서 흩어져 없어지고 말 것같다. 아버지가 했던 말을 들었어야 했나보다. 미친 세상이라고 나까지 미치지는 말았어야 했나보다.


(지구 온난화로 녹은 북극 물이 더커다란 고기압을만들고 열대 바닷물도 더 더워져서 열대 고기압도 더 강해지고,, 원래는 북태평양 고기압 이겨야되는데 강한애들끼리 반도위에서 쟁탈전만계속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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