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불안의 얼굴 (6)

6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by 시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겼다.

더 이상 등교 시간을 맞출 필요도, 수업을 버텨낼 필요도 없었다.
처음엔 그게 조금은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하루가 시작되자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불안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아침에 눈을 떠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 여유는 곧 막막함으로 바뀌었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는데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고 있다는 느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멈춰 있던 불안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학교에 있을 때는 할 일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 시간 속에서는 하나도 숨지지 않았다.

나는 자꾸 스스로를 감시하게 되었다.
지금 이래도 되는 건지, 이렇게 쉬어도 되는 건지.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는 계속해서 경고음이 울렸다.

‘다른 사람들은 다 움직이는데 나는 왜 여기서 멈춰 있지?’

그 질문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있어도, 창밖을 보고 있어도,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비교가 이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는 생각보다 길었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하루가 끝나도 성취감 같은 건 남지 않았다.
그 공백은 불안을 더 크게 만들었다.


나는 점점 ‘쉬는 중’이라는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차이가 나를 더 초조하게 했다.

몸은 여전히 신호를 보냈다.
숨이 가빠지는 순간이 있었고, 이유 없이 가슴이 조여 오기도 했다.
환경이 바뀌면 불안도 잦아들 거라 생각했는데, 불안은 여전히 내 하루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 사실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더 내려놓아야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나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회복은 가만히 있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것도.

나는 점점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하루를 아무렇게나 보내고 나면 그 하루가
내 인생에서 지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힘도 없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나와 멈춰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마음 사이에서
나는 계속 갈라지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 시간이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이라는 걸.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던 건,
내가 그동안 너무 오래 쉼 없이 버텨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나는 또 조금 더 이 시간을 통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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