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학교를 그만두면 다 끝날 줄 알았다.
한편으로는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불안만큼은 거기서 멈출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 선택은 두려움이면서도 기대이기도 했다.
지금 이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면,
무언가가 달라질 수 있다면,
적어도 숨이 막히는 이 감각만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학교를 떠난다는 건 내 삶의 한 부분을
스스로 잘라내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모든 게 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의 리듬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 자신을 설명하는 말들까지.
그래서 나는 학교를 그만두면
삶 자체가 멈춰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더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동시에 다른 기대도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조금은 덜 무섭지 않을까.
이유 없이 찾아오던 불안이 조금은 잦아들지 않을까.
환경이 바뀌면 마음도 따라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그 선택 이후에 마주한 현실은
내가 상상하던 ‘끝’과는 달랐다.
학교는 끝났지만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속에서
불안은 더 또렷해지기도 했다.
갈 곳이 사라진 만큼 불안은 나를 더 쉽게 찾아왔다.
그 사실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도망쳐 나온 줄 알았는데 불안은 여전히 내 곁에 있었다.
마치 나에게
“나는 장소가 아니라 너의 상태에 더 가까운 존재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학교에만 있었던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인정.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이 틀렸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이 나를 더 망가뜨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그 선택 하나로 모든 것이 정리될 거라고
너무 단순하게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를 그만두면 삶이 끝날 줄 알았고, 불안도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끝난 건 그저 하나의 일정과 역할 뿐이었다.
남은 건 여전히 불안한 나였고,
이제는 그 불안을 어디에 기대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 사실이 처음에는 많이 서늘했다.
끝나기를 바랐던 것이 끝나지 않았다는 깨달음은
또 다른 좌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알게 됐다.
이 선택은 불안을 없애는 선택이 아니라,
불안을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학교를 그만두는 일은 문제를 끝내는 일이 아니라,
문제의 형태를 바꾸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리고, 훨씬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불안했고, 여전히 흔들렸다.
하지만 적어도 불안을 견디기 위해
계속 같은 자리에 나를 밀어 넣지는 않게 되었다.
학교를 그만두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끝난 건 생각보다 적었고 남은 건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 ‘남아 있는 것들’ 속에서
나는 이제 막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