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불안의 얼굴 (2)

그 날 나는 학교를 떠나기로 했다.

by 시욜

그 한계는 단순히 피곤함이 아니었다.
잠깐 쉬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종류의 무너짐도 아니었다.


나는 점점 알게 되었다.
이건 ‘참는 문제’가 아니라 ‘살아야 하는 문제’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 내게는 ‘위험’ 일 수도 있겠다고.


자퇴를 결심한 날, 엄마와 함께 학교를 갔다.

시간은 친구들이 이미 수업을 시작한 느지막한 오전이었던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복도 어딘가에서 웃음소리와 발걸음이 들렸을 텐데,
그날의 학교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운동장도, 복도도, 공기마저도 적막했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실감했다.

마음은 복잡했다. 아쉬움과 죄책감,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움.

‘이게 정말 맞는 선택일까?’
‘이 선택으로 내 인생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내가 여기서 나가면, 나는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그 시절에는 ‘자퇴생’이라는 말에
아직도 선명한 편견이 붙어 있던 때였다.


나는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인데.


교무실에 들어가 자퇴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종이 위의 글씨들은 차가웠고
펜 끝은 이상하리만큼 무거웠다.

이름을 쓰고, 사인을 하고, 도장을 찍는 순간마다
내가 정말 이 학교를 떠나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손끝이 떨렸다.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여기 남아 있는 나는 더 무너질 것 같다는 것.


그때 엄마가 내 옆에 있었다.

엄마는 놀랍도록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슬픔보다 확신이 먼저였다.

그리고 말했다.

“학교를 그만둔다고 너의 모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야.”

엄마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너는 학교보다 훨씬 큰 사람이야.”

그 말은 그날의 나를 붙잡아 주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대단한 힘인지.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학교를 나오던 길,
햇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무너진 것 같았지만
사실은…
살아남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처음 알게 됐다.

어떤 선택은 인생을 망치는 선택이 아니라 인생을 지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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