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사랑의이름으로!

2025.05.07 (수)

by JSJ

작년 이맘때에는 벚꽃이 피고 지는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는데, 올해는 튤립의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다.

그저 우연한 계기로 3천 원을 주고 데려왔던 작은 보라색 튤립이었다.


낮에는 활짝 꽃잎을 펴고, 해바라기보다도 열정적으로 잎 하나까지 해를 좇다, 밤에는 잘 준비를 하러 잎을 오므린다.

그 모습이 꽤나 신기하면서 귀여워 보이는 것이 애정을, 책임감을 갖게 만들었다.


물 주는 주기를 찾아보고, 좋아하는 온도를 검색하고, 거실의 온도계를 낮밤으로 들여다보고, 밤에는 불 꺼놓은 방에, 낮에는 창가 가까이 두며 화분을 들고 많이도 돌아다녔다.

하지만 처음 키워보는 서툰 티를 지울 순 없었다.


그렇게 데려온 지 일주일이 되는 날 밤에 튤립을 둔 방에 들어갔을 때,

조명 하나만 켜진 깜깜한 방에서 그 조명을 보려고 할미꽃과 같이 구부정한 자세로 수그려서는, 그렇게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을 마주했다.


야외에서 보는 꽃들은 항상 피어있는 모습만 봤는데, 나름 조용한 애정을 주었던 튤립은 이제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다.

멀리서 보면 영원할 것만 같고, 가까이서 보면 찰나다.




잔나비의 사랑의이름으로!라는 신곡이 처음에는 별로 좋지 않았다. 담백하고, 클라이맥스도 없고, 그냥 들으면서 러닝머신을 타다 보니 벌써 다음 곡으로 넘어간 후였다.

그런데 그렇게 몇 번 듣다가 어느 순간 생각나고, 멜로디가 귀에 들어오면서 가사가 궁금해지고, 그렇게 가사에 빠지고,

다시 찬찬히 들어보다가 지금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너무나 좋아하는 곡이 되었다. 질려버리지 않으려고 요즘은 아껴 듣는다.


가사의 모든 내용이 다 좋지만, 특히 강조된 구절이 있다.


“이 시절을 기억해! 그리 길진 못할 거야!”


작년의 벚꽃부터 올해 나의 튤립을 보내기까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참 다사다난했던 일들 모두 그리 길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기억한다.

나는 단순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복잡하게 생각하다, 다정함으로 대해주지 못하고 어지러이 보내 버렸다. 사랑도 같은 방식으로.




사랑의 다른 이름은 책임과 신뢰라고 생각했다. 신뢰를 기반으로 책임감을 갖는 것. 그렇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던 것 같다.

애초에 영원히 유지될 순 없는 감정이 사랑이다. 책임과 신뢰는 감정으로써의 사랑이 사라진 후에도 가장 강한 강도로 유지할 수 있을 때, 그럼에도 사랑이라고 하는 것뿐이다.


사랑이 이름을 가지려면, 기억에 남아야 한다. 그리 길진 못할 테니까.

나는 100%의 진심만 건네고 싶고, 내가 가벼이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기억에 남을 사람으로 보이는 데는 서툴고, 오해받을 사람이 되는 데는 능숙했던 것 같다.


내게 튤립이 그랬고, 잔나비의 신곡이 그랬듯이,

나는 너를 사랑하고, 어쩌면 사랑했고,

너도 날 사랑하는, 어쩌면 날 사랑했을,

그 시절이 기억나는 사람으로. 그리 길지 않아 더 기억나는 사람으로.

사랑의이름으로!



그렇게 사랑을 정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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