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인간관계가 어려웠던 이유

2025.10.15 (수)

by JSJ

왜 누군가를 미워할까?

왜 누군가를 좋게 볼까?

왜 누군가에게 실망할까?

이별에 슬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누군가는 경계하고, 누군가는 허물없이 대할까?

왜 어떤 사람과는 작은 일에도 손익계산을 하게 될까?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사람은 내가 부족한 탓일까?

왜 어떤 사람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왜 어떤 사람 앞에서는 의기양양해질까?

하루 종일 붙어있고 싶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사람을 볼 때 이상형이나 취향, 심지어는 관상, 사주, 성씨에 이르기까지 오만가지를 따져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장발장과 같은 소설이나 실화와 같은 숱한 사례에서, 악인에게까지 선을 행한 사람은 왜 그랬던 것일까?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수동적이라 굳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 하기보다는, 다가오는 사람들 중에 가려서 친해지는 경향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자연스레 멀어진다고 해도 딱히 아쉽지도, 붙잡아보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냥 내게 꾸준히 연락해 주는 사람과는 관계를 깊고 길게 이어갈 뿐이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거나 대하면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하거나 행동하겠지?'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 정도는 성의를 보이겠지?'

'업무 할 때는 메신저 잘 보면서 일상에서는 이틀 뒤에 답장하기도 한다고? 예의가 없는 거 아냐?'

'저 사람은 왜 말을 분명하게 안 하지?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등.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체스를 두듯 시나리오를 돌리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능동적이지 않아 놓친 관계를 경험하고, 노력해도 되지 않는 관계를 경험하고, 데면데면할 때는 칼답이다가 오히려 친해지니까 이틀, 사흘, 심지어는 한 달 이상을 깜빡하고 답장하지 않는 사람도 있음을, 그리고 그런 사람 또한 부지기수임을 경험하며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사고방식이 굉장히 경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 무의식 등 사고에 관한 책들을 읽고, 인생 조언이나 훌륭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다룬 유튜브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 내 사고를 비교해 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인간관계의 해답을 찾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끝에 내가 그동안 인간관계를 어려워했던 두 가지 이유를 깨달았다.


하나는 그동안의 내 인간관계가 너무 쉽게 이루어져 왔기에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란 직장에서부터 가정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혼재되어 있다 보니 그저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으로 간과했지만, 인간관계 또한 엄연히 별도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성향이나 경험, 지적 능력 등 핑계 대지 말고, 이유를 불문하고 말이다.





인간관계의 본질은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벗은 채 꽃에 물을 주는 것과 같으며, 기대하지 않고, 반드시 독립시행되어야 하는 데 있다.


내가 먼저 관심을 주고 ,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그 관계는 시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표면적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관계처럼 보여도, 뿌리는 이미 썩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관심을 주고 다가가고 물심양면으로 챙겨줬다면, 그렇게 베푼 나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끝내야 한다. 어떤 보답을 바라면 안 된다.

나를 프리랜서 자원봉사자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이렇게까지 베풀 정도로 능력 있고 여유 있는 부자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어느 쪽이건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 예로부터 베푸는 것은 힘의 과시이기도 했으니.

식당에 가서 사장님의 말을 잘 들어줬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를 주시는 경우가 있다. 타인에게 받는 보답은 바로 그 서비스다.

또한 내가 물을 주는 꽃이 만개한 장미든, 꽃잎이 다 떨어진 튤립이든, 생태계 교란식물이 든 간에 무슨 꽃인지를 보려고 너무 가까이 들이대지도, 떨어진 꽃잎이 다시 피어날 거라 기대하며 과하게 물을 주지도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나를 미워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망신을 주거나 안 좋은 소문을 내고 다니는 등 뒤통수를 후리는 사람이 있다.

99명의 사람에게 그런 짓을 당했더라도 100번째로 마주한 사람에게 선입견을 갖고 거리를 두거나, 이번에는 오히려 내가 먼저 뒤통수를 후려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그런 실화들을 많이 겪기도 하고, 듣기도 했기에 지금까지는 이런 확증 편향을 갖고 성악설을 지지하는 편이었으나, 그럼에도 내 주변과 세상에는 믿기 힘들 만큼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내가 보는 이미지와 정반대의 속마음을 품고 완벽히 가면을 쓰고 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안 되며, 그 이상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그러한 사고 자체가 에너지 소모이며, 예측 불가한 시나리오들을 구상하고 그중 단 한 가지의 정답일 만한 시나리오를 찾아내느라 스스로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근시안적인 호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두 단계 이상 과도하게 상대방의 이면을 생각하지 말고 베풀고, 그 과정 자체로 행복을 찾고, 눈앞의 사람과 지금 교류하고 있는 순간 자체에 온전히 만족하며 상대방에 연연하지 않고 나만의 플레이를 하는 것이 인간관계인데,

나는 거기서 상대방의 이면을 과도하게 읽으려 하고, 손해 보는 호구가 되기 싫다는 면목으로 상대의 수를 분석하고, 기대 따위를 하며, 쪽팔리기 싫어서, 잘 보이고 싶어서, 존심이 있어서, give and take가 당연한 예의라고 생각하니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나는 누군가에겐 이유 없이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고, 누군가에겐 같은 이유로 별 볼일 없는 나쁜 놈이다.




이제부터는 보다 심플해지려 한다. 과정 자체에 만족하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180도 바뀌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자존심이나 체면 따위의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일 이미지가 신경 쓰인다면, '나'라는 것은 허상일 뿐이며, 감정은 선택할 수 있고, 의식은 무의식이란 자동화를 구현하는 도구일 뿐이란 점을 상기해야겠다. 그런 방어기제들 또한 허상일 뿐이니까. '나는 원래 그래'라는 말은 없다.







이전에 정리했던 68개의 인생 조언 중 특히 인상 깊은 세 가지의 조언이 있었다.

'잘 듣는 능력'은 일종의 초능력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이 완전히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들으며 "또 다른 이야기는 없어?"라고 물어보세요.

사람들은 전부 부끄럼쟁이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항상 당신이 먼저 다가와 자신을 소개하고, 먼저 이메일을 보내고, 먼저 데이트를 신청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다가가세요.

거절을 당해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당신처럼 다른 일을 하느라 정신없어서 미처 당신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거절을 당했다면 딱 한 번만 더 요청을 해보세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수락할 겁니다.



훗날 내가 인간관계에 관해 이렇게 장황하게 써가며 사유했었던 사실조차 잊어버리더라도, 앞으로의 삶에서 이 조언들만 잊지 않고 실천할 수 있다면 인간관계는 아주 쉬워질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강인한 사람이 되어가기를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68개의 인생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