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나쁜 기억이 생각날 때 이렇게 해보세요

2025.11.03 (월)

by JSJ

두려워서, 너무 겁이 나서, 화가 치밀어서, 마음이 찢어지는 나머지 밤을 새울 정도로 나쁜 기억들이, 나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가 있다.


수능과 같은 중요한 시험이나 원하던 대학, 학과, 회사, 사업 등이 떨어지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다거나,

큰 대회가 열리기 바로 전날이라거나,

입대 전날 그리고 입대 당일 훈련소에서 까마득한 군 생활의 첫날밤을 맞이한다거나,

친척이나 친한 친구와 같이 가까운 지인에게 사기나 소송을 당했다거나,

가족이나 본인이 암과 같은 큰 질병에 진단받아 몇 기를 선고받을지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거나,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인에게 그만 만나자는 이별 통보를 받거나,

꽉 쥔 손에서 흐르는 모래처럼 노력해도, 그저 지금처럼 있기만 해도 손 쓸 도리 없이 점점 멀어져 가는 관계에 놓여있다거나 등.







문자 그대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자신이 굉장히 특별한 상황에 놓여있으며, 불공평하고, 이 경험으로 인해 내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돌이킬 수 없는 사람으로 변했다고 믿기 쉽다.

그 특별한 상황이 지금도 반복되고,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나한테만 일어나는지 믿을 수가 없고, 나의 이별 과정만큼 절절한 이야기가 없으며, 나의 가족사만큼 기구한 일도 없으므로, 그렇게 나는 '지금 상처받은 나라는 사람이 하는 사고와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공감받기를 원하기도 한다. 그 상황에 놓이면 조언도,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장 흔히들 건네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머리가 꽃밭인 어떤 사람이 위로랍시고 내뱉는 말로 치부하기 쉬우니까.




나쁜 일들이 지금의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었다면 다행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잠시라도 이성을 되찾을 수 있을 때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우선 우리가 동물의 왕국에서 나오는 동물들을 보는 것처럼, 그 화면 속 '나'라는 동물을 내가 동물의 왕국 시청자가 되어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더 나아가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라는 책에서처럼 '나'라는 것은 결국 뇌의 지배를 받으며 무의식이란 자동화 공장을 위해 만들어진 의식이 보다 효율화를 위해 추상적인 개념으로 '나'라는 인식을 만들어냈을 뿐이라고 말이다. '나'는 그저 특정 방식으로 사고나 행동을 하는 경향이 다른 인간 개체보다 높은 개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암막 커튼을 치고 있다면 커튼을 걷고, 밤이라면 아침을 기다리고, 가족이나 친구와 잡담이라도 좋으니 대화를 나누고, 그럴 상대가 없이 완전한 혼자라면 사람이 붐비는 곳으로 나가서는, 아침을 맞고, 지나가는 사람들, 차, 동물들, 바삐 다니는 사람들,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런 광경을 보고 겪으며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에게 일어난 일이 정말 평생에 걸쳐 영향을 줄 정도로 나쁜 일일까? 내 세상은 이 순간 끝난 걸까?




https://youtube.com/shorts/k3naplf_Aq8?si=_qookuKeadJoMLfa

유튜브에서 본 한 정신과 의사가 나쁜 생각의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나쁜 생각을 하게 될 때면 시간과 관련된 뇌 부위가 정지돼서 그런 생각이 들게 되는데, 이렇게 뇌에서 시간을 담당하는 부위가 기능을 멈춰버리면 자신이 느끼는 모든 걸 계속해서 느끼게 된다고 한다.

즉, 시간관념이 사라지는 것이다.


비단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딱히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시간관념이 사라지는 경험을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면, 내가 매일을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니 어느덧 또 1년이 지나고, 나이만 먹는다며 무력감을 느끼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출근할 때는 해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가 점심 먹으러 나오니 해가 머리 위에 있고, 퇴근하니 캄캄한 밤이다. 하루 단 3번의 시간 변화만을 느끼는 일상이 365일 반복되니 뇌는 나쁜 기억을 떠올릴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러한 일상을 보내는 나의 시간관념을 조금씩 멈추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곳 무력감, 허무함, 우울, 그리고 그런 루틴으로 지냈던 나날 전체를 나빴 기억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그 의사는 바로 그럴 때일수록 시간관념을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오늘은 두렵고 겁도 많이 나고 화가 치밀더라도, 내일은 마음 상태가 달라져서 괜찮아질 거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이다.







계절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더 나은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고, 전화위복의 상황이 생기고, 그렇게 조금씩 나의 시간관념을 살려가다 마침내 완전히 회복한 날이 오면 나쁜 생각들은 사실 하나같이 나를 성장시켜 준 순간이었음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별 일 아니었다는 것도.


그러니 나쁜 생각을 떨쳐내기 힘들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지금 내 시계가 고장 났어!



세상의 시간과 같이 가도록, 의식적으로 나의 시계를 고치는 연습을 해보길 바란다.

주저앉아 있는 나를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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