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용기
어제 서점가는 길을 이어 쓰려했는데 이 얘기를 더 쓰고 싶고 중요하기 때문에 이걸 쓴다.
오늘 나는 장장 4시간에 걸쳐 주방수납 전체를 비우고 완전히 새롭게 정리했다. 안방에 있는 혼돈의 카오스 같던 내 책상도 숨통이 트이게 정리했다. 산처럼 쌓아 올린 책더미에 깔려 죽을 것 같던 공간을 치워 노트북 자리와 독서대 자리를 확보해 제법 번듯하게 만들었다.
와 정리란 이런 거구나. 정리를 하는 시간 동안 완전히 정리하는 행위에 몰입했다. 정리는 눈앞의 지저분한 물건들도 제자리를 찾아주며 정리하지만 복잡했던 마음상태도 같이 차분하게 정돈되는 신비한 효과가 있었다. 너저분했던 것들이 비워지거나 제자리를 찾아 정리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게 되니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에 앉아 최근에 좋아하게 된 정세랑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어쩜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담백하게 잘 쓸까??? 아 나도 브런치에 연습글 써야지!' 생각하다가 원고.... 퇴고가 거의 마무리된 내 날아간 원고를 떠올렸다.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뤄둘 수는 없다. 원고를 다시 손 봐야 한다. 언제까지 회피하고 도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 정리와 청소를 알려주러 오신 전문가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현재 자신의 상태를 <직면> 하지 않고는 어떤 것이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든 정리든 똑같다고. 아프고 괴롭고 두렵지만 확실하게 직면해야 보인다고. 그래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 내일은 원고파일을 열어보자. 시간이 조금 걸리고 출판이 늦어지게 된 문제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편집자님도 기다려주고 계시고... 다시 차근차근 해나가면 된다.
내일은 열어보자. 못 하겠으면 열어만 보자. 그냥 읽어만 봐도 된다. 해보자!!! 내일 10시에 연다.
내일 오전 10시에 열어. 알았지?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자는 우스운 자다. 난 우스운 자가 아니다. 내일 10시에 반드시 열어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