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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지 가스라이팅

다 부질없는 짓

by 슬기

얼마 전 편의 심리상담 선생님을 만났던 날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짓거리(남편 앞에서 일부러 더 한숨 쉬고 비난하고 열심히 안 살고 의욕이 없다고 하고 진행하던 일을 중단해 버리고 불안해하고 나의 불안함을 계속 어필하고 1년 넘게 끊었던 술을 진탕 마시고 일상을 망치고 남편과 약속한 것들을 당당하게 어겨버리고...)

가 어떤 면에서는 가스라이팅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이런 행동을 선택함으로써 상대가 나를 걱정하게 하고 미안하게 만들고 죄책감을 심어줌으로써 내가 원하는 대로(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도록)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남편의 도박병은 이런 나의 행동들로 없어질 것들이 아니고 오직 그의 의지와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니 그냥 나는 나대로 내 인생을 편안히 즐겁게 살아가면 된다는 것이다.


아니다!!! 나는 정말 너무 불안하고 괴로워서 그러는 거란 말이다. 내가 지금 정상이 아니라서 그러는 거라고~!!!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

선생님 진짜 자기 인생 아니라고 막 말하냐~~~

그게 그렇게 간단하고 쉬우면 내가 여기 왜 왔겠냐고? 하 나 참~!!!


상담시간 내내 창과 방패처럼

나는 괴로워 미치겠다고 말하고

선생님은 솔루션을 내려주기 바빴다.

결국 시간 내내 받아치고 싸우다 뭐가 제대로 풀리지도 않고 열받은 채로 집에 왔다.


내가 대인배이기에 망정이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선생님 말이 맞다.

안 되는 거에 신경 쓰고 매달리지 말고

내 인생이나 제대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계속

이렇게 불안하고 괴로운 채로 지내야 되냐고~


제대로 잘 자고 잘 먹고

일도 열심히 하고 들어오는 돈 관리 잘하고

그렇게 그냥 하루하루 잘 살아야겠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또 그렇다면

그냥 그런 거라고 받아들여야겠다.

오늘 다시 수영 등록하러 갈 거다!


나나 잘하자.

나나 잘살자.


인생 뭐 별거 없다.

뭔 일이 생기면 그때부터 걱정하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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