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반의 여정을 회상하며
23년 1월 3일, 혼자 떠난 1박 2일 제주 여행에서 한라산에 올랐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엊그제 일처럼 선명하다.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사진첩이 아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여전히 반짝인다. 그 반짝임을 다시 떠올리고 싶어 이렇게 일기처럼 기록해본다.
10년간 웨이트로 다져진 작은 몸 하나 믿고 무작정 정상까지 오른 나. 그날만큼은 스스로가 멋있다고 처음 인정했던 순간이었다.
인생에 한 번쯤은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겐 그저 산이지만, 나에겐 선물 같은 시간이었기에 평생 간직하고 싶다.
늘 자기 검열로 자신을 몰아붙이며 살던 나에게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연말이면 다들 새해 목표를 세우듯, 나도 즉흥적으로 한라산 등반을 결심했다.
계획에 걸린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무모함을 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으로, 단 이틀 만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생전 처음 등산화와 배낭을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장만했다.
숙소 예약, 항공권 예매까지 알뜰하게 준비하며 스스로 대견하다고 느꼈다.
여행 당일, 새벽 6시 45분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관음사 코스로 향했다.
등에 무거운 배낭을 지고 탐방로 입구에 섰을 때 외쳤다.
“난 정상까지 올라간다. 갈 수 있다. 할 수 있다!”
눈 쌓인 설산을 오르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봉 한라산이라니!
산행 전부터 벅차오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입구 건너편 슈퍼에서 김밥과 간식을 챙긴 뒤 다시 다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르는 길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드디어 정상에 섰을 때, 운해가 곰탕처럼 펼쳐진 장관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렀다.
차가운 바람에 손발은 얼어붙었지만, 성취감과 뿌듯함이 마음을 따뜻하게 덮었다.
그 순간 나는 그저 “산 정상 위에 선 나”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매서운 바람이 속삭이는 듯했다.
“해냈구나. 장하다. 이제 내려가자. 조심히 가라.”
⸻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정상에 올랐던 그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 씩씩함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회상하고 또 회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라산은 여전히 나를 부르는 산이다.
언젠가 또 다시 그 길을 오를 날을 기대하며 이 회고록 같은 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