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정 Oct 20. 2017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퇴사일기, 여덟 번째 : 열정은 어디로 갔나

이동진 평론가 블로그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밤은 책이다' 중에서)


한때 나의 모토였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블로그에서 발견한 이 글귀는 나에게 믿음을 줬다. 텐아시아 기자 시절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았다. 덕분에 방송에 출연할 기회도 생기고, 좋은 평판도 들었고, 선배들의 칭찬도 받았다. 열심히 하니까 이런 저런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에 감격했다. 박봉이어도, 미래가 불투명해도 나는 좀 다를 거란 희망을 품었다. 그래서 저 글귀대로 한 번 열심히 해보자고 나섰다.

그런데 4년 뒤 지금은 다르다. 이직 실패와 점점 열악해지는 환경 속에 내가 매일 열심히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싶고,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그만둘 용기도 없이 매일이 흘러가버렸다.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삶의 의미마저 없어질 거 같았으니까.

최근 친구의 추천으로 간이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 결과 '열정적인 사람' 유형에 '엔터테이너'가 나왔다. 친구에게 결과를 보여주며 한 마디했다. "4년 전 나 같네." 그러자 친구가 답했다. "그때 너 정말 열정 터졌지."

이효리가 JTBC '효리네민박'에서 "25살의 이효리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의 25살을 생각하니 나도 그때 막 일을 시작한 나이였다. 열정 터졌던 그 4년 전이다. 그래서 난 사실, 25살이 안쓰럽다기보다 그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당시도 물론 힘들었다. 회사 재정난으로 연봉이 삭감되고, 체제가 바뀌고, 사람들이 떠나갔다. 그때도 성장통을 겪었지만 즐겁게 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던 시절이다. 지금 생각하면 뭘 믿고 그렇게 버텼을까 싶을 정도로. 25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그러려고 혼자 계속 다녔니?"라고 묻지 않을까. 아, 다른 의미로 내 25살이 안쓰럽구나.

이상순은 그런 이효리에게 "그때는 또 그런 이유가 있었던 거야. 그런 환경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지"라고 말했다. 지금의 이효리는 이상순이 있다. 나의 39살에는 이런 위로를 전해줄 동반자가 있을까.

요즘 나의 화두는 '잃어버린 열정 찾기' 또는 '하고 싶은 것 찾기'다. 초심의 열정은 없을지라도 매일 열심히 노력하던 그 마음을 다시 느끼고 싶다.

다시 매일은 열심히, 인생은 되는대로의 희망이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호흡을 찾을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