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니 글쓰기가 왔다.

녹슨 못처럼 버티기

by 햇살정아


언제나 평범하고 고요했던 내 삶은 잔잔한 호숫가에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 같았다. 때론 뒤처진 새끼 오리 한 마리가 무리와 행여 떨어질까 부지런히 달려가는 모습 같기도 했다.

평화로워 보였지만 나만 아는 불안감에 정신없이 허둥대기도 하였다.


나 혼자만 뒤쳐지고 있다는 열등감이 문제였다.




대학생일 때다.

쉬는 시간마다 담배를 피우는 복학생 선배가 있었다. 그 냄새가 너무 싫어서 도대체 왜 담배를 피우는지 야유를 보내며 물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그땐 그 말이 왜 이리 철학적으로 들렸을까?

그 뒤로 선배가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사실 그때는 답을 찾지 못한 채 질문 자체도 잊고 살았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나'라는 사람은 책을 좋아하는구나...라는 답을 찾았다.


언제나 나에겐 책이 있었다. 초보 엄마시절에는 육아서를 읽고 줄 쳐가며 우리 집 꼬맹이들에게 적용하기 바꿨고, 감정이 너무 메말랐나 싶을 땐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죽어가는 나무에 단비를 뿌리듯 그때 상황에 맞춰 책을 골라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을 맘대로 선택하여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책은 경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조용했고, 자유로웠다.

내 마음대로 생각해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고, 책 속에서 주옥같은 보물들을 얻을 수 있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따뜻하게 어우러만져 주는 것 같은 책이 있어서 나는 매일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책을 좋아하다 보니 글을 쓰는 어른으로까지 이어져왔다.

책이 나에게 가져다준 선물이다.




글을 쓰는 것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나에게 참 무지했음을 깨달으며 반성문을 쓰게 된다.


'스스로를 외면하며 타인의 삶에만 눈독 들이며 상처 준 너의 죄를 사하노라!'

자기 용서에 이르는 길에 올라탄다.


조금씩 내가 보이자 내가 좋아지게 되었다. 내가 나의 팬이 되는 순간이다.

용기 낸 순간 숨겨져 있던 자존감은 큰 씨앗이 되어 돌아왔다.

그것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자신감이다!



나를 버티게 해 준, 앞으로도 삶을 살아가면서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줄

책과 글쓰기가 있어 참 든든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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