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거짓말

by 햇살정아



작년 가을, 84세 외할머니는 자궁경부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고, 3개월 밖에는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되었다. 사실 할머니는 예전부터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오래 살면 자식들한테 짐일 테니 일찍 죽을것이다'라고 ......


하지만 막상 죽음 앞에 당도하자....


'3년만 더 살다 죽고 싶다'며 연신 자식들에게 3년만, 3년 만을 내비치셨다. 연세도 많고 암도 너무 커서 항암치료는 의미가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럼 방사선 치료라도 받으며 암세포라도 줄이고 싶다는 할머니의 의견에 가족들은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후회라도 만들지 말자며....


그런데~!!!


우리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할머니의 살고픈 의지가 3개월이 아닌 3~5년이란 생명줄을 연장시켰다. 병원에서도 다들 놀랐고 정말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하였다. 사람이 마음먹는 데로 된다고 하더니,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나? 할머니는 악착같이 방사선 치료를 이겨내었고, 살기 위해 밥도 열심히 먹는 불굴의 의지를 내보이셨다. 그렇게 할머니는 암세포를 줄이며 할머니 몸속에 있던 장기들도 안정을 되찾아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지난주, 갑자기 할머니는 중환자실로 실려갔다. 몸속에 염증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신장도 붓고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오늘....


할머니는 친정 엄마네로 퇴원하셨다. 아주 건강하게, 불사조처럼......


우리는 환영의 박수로 할머니의 부활을 축하했고 할머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개박수로 호응하며 들었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며 온갖 꿈을 꾸셨다는 할머니,

돌아가신 할아버지, 동네 친구들 등 죽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고,

아이 젖먹이던 젊은 시절의 모습, 냇가에서 빨래하던 모습, 깊은 물속에 빠져들다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는 꿈,

병원에서 꾸었던 이야기를 너무도 생경하게 말씀하셨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꿈이 자꾸 꾸게 되니깐 '정말 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신다.

우리에게 이승과 저승이란 것이 있나?

정말 저승사자가 있어서 우리 할머니 데리러 왔다 할머니의 강한 의지에 굴복하고 그냥 갔나?


오래 살면 뭐 하냐던 할머니는 가슴을 쓰라린다.

이 좋은 세상 다시 태어나서 너무 기쁘다고,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할머니,

이젠 솔직해지셔도 괜찮아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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