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깨달음

by 햇살정아

오래간만에 노을이 너무 보고 싶어 졌어요.

수원으로 이사 오면서 노을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거예요.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서해에 인접한 ‘안산’에서 살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궁평항이나 대부도, 오이도를 쉽게 갈 수 있었죠.

아이들과 갯벌 체험도 하고 노을 진 시원한 바다, 하늘 아래에서 컵라면 먹는 맛은 아주 일품이었답니다.





우리 가족은 9월 어느 일요일 오후, 궁평항으로 출발했습니다.

도로는 주말답게 붐볐고, 거북이 운전 덕분에 집을 나선 지 한 시간이 지나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지요.

원래 예상 시간은 1시간이었는데....


복잡한 도로를 보며 애꿎은 나들이 차량을 탓했어요.


“평일에 갈걸~그냥 집에서 쉴걸~ 집에서 쉬었으면 몸도 마음도 아주 편했을 텐데~~~”


저는 투덜거리며 남편에게 말했죠.


“괜히 나왔다, 그치?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집에 가서 게임하고 싶은 두 아이는 엄마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다시 돌아가자”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괜찮아,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면 일부지. 이 공간에서 오랜만에 우리 넷이 있는 것도 좋잖아”






감정의 널뛰기가 심한 저를 언제나 무심히 균형 있게 잡아주는 남편의 말을 듣고 나니

이 상황이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지게 되더라고요.



막히는 도로에서 정체된 시간을 버린다고만 생각했던 것도 나의 주말, 우리의 시간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왜 저는 이 시간을 견디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했을까요?


언젠가부터 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신호대기 앞에서, 하물며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제 손에는 항상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고, 검색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며.. 머리와 손은 늘 바빴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참기 어려워했더라고요.


‘무엇이든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시간 안에 저를 가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빨리 내달려 가라고 부추기는 세상에서 잘 살아가려면


어쩌면 잘 비우는 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한 템포 여유있이 느긋하게 삶을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당연한 사실을 잊고 지낸 저를 일깨워주기 위해

도로는 그렇게 복닥거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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