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3학년 딸은 여전히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 아이다. 엄마가 책상에 앉아 책이라도 보던가, 글이라도 쓰려고 하면 불쑥 들어와 쫑알쫑알~
리액션이 없으면 "엄마, 표정이 왜 그래?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라며 엄마를 다그친다.
우리 집은 주말에만 3시간씩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볼 수 있다. 그 뜻은, 나의 자유시간이 3시간이란 뜻이다. 침묵 속의 고요. 아이들은 밥도 간식도 찾지 않는다. 영혼을 스마트폰에 빼앗겼으니 '어떤 생각도 하고 싶지 않겠지..... 그래, 너희들도 숨 쉴 구멍은 있어야지...' 그 정도쯤은 쿨하게 눈감아 주는 엄마가 된다.
엄마를 들들 볶고 귀찮게 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게임시간을 더 늘려줘야 하나?'
내 안의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
요즘 들어 바쁘다는 핑계로 종종 악마에게 손을 들어주곤 하지만, 마음 한편은 찔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일요일 오후도 어김없이 아이는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지만 들리지가 않는다.
저녁때 있을 북클럽 준비에 정신없는 엄마에게 말을 하고 있으니... 들릴 턱이 없다.
그저 '제발 엄마 방해하지 말아 줘~~'란 눈빛을 담아 "그래그래~ 알아서 해" 그 순간을 모면한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문득 궁금해진다. 뒷덜미도 간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느낌이 싸하다.
나의 금쪽같은 1분 1초를 뒤로 하고 살금살금 부엌으로 나가 보니...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아이의 뒷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딸아이는 나의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의 큐빅머리띠를 장착하고 햄과 단무지를 다지고 있었다.
헐렁한 비닐장갑 안에 겉도는 손으로 아슬아슬한 칼질을 한다.
아이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주먹밥을 따라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옷은 왜 입었어?
"나도 평범한 엄마가 되려고~ 엄. 마. 처. 럼~!!"
웃어야 될지 말아야 될지~
예전에도 엄마처럼 평범한 주부가 될 거라고 해서 나를 놀라게 만들었는데......
그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인가 보다.
평범한 주부가 되어 자신의 아이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름의 장비들을 장착하고 행복을 요리조리 만들어 주는 아이 덕분에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엄마의 시간을 뺏는다고 생각하고 귀찮게 여겼던 마음이 오히려 미안했다.
아이가 동글동글 정성스레 빚은 주먹밥을 먹으며
그래도 평범한 주부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엄마의 사심을 은근슬쩍 찔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