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낮에 든 생각

-'가을밤에 든 생각', 잔나비 노래와 오마주하다!

by 햇살정아

마음속에 검은 꽃이 자꾸자꾸 피어오르는 요즘이었어요.

가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징징' 거리고 싶은 날 있지 않나요?

(혹시 저... 만 그런 건가요? ㅎ)

저는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답니다.


막상 하소연보따리를 풀어놓자니 그것 또한 귀찮아지더라고요.


처음부터 설명해야 될 것 같고,

바쁜 사람들한테 한가롭게 내 하소연을 하자니 그것도 맘이 편치가 않고...


그래서 저는...

늘 그랬듯이, 산책을 선택했습니다.



코끝을 살랑이는 바람은 마음속 먼지를 씻겨주고,

따가운 햇살은 질척되던 제 마음을 뽀송뽀송 말려주었습니다.


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역시나 호수공원이었습니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러곤 천천히, 가만히 제 마음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너, 가을 타니?

너,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 거니?




요즘 제 마음이 불편했던 건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도전장을 내미는, 내밀어야만 되는, 내밀 수밖에 없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꼭 해야만 되는 그 기로 앞에서 긴장하는 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울적했던 것 같아요.


매번 그랬던 것 같아요.

99도까지 힘들게 온도를 올려놓고 마지막 1도 앞에서 머뭇거리다 결국 주저앉았습니다.

그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제가 또 무너질까 봐 미리 겁부터 먹고 마음이 휘청했나 봐요.


비로소,

흔들리는 제 마음을 반듯이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느낄 온도 차를 벌써부터 걱정하는 나,

타인의 시선으로 나의 부족함이 탄로 날까 봐 걱정하는 나.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나.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보니 오히려 몸과 마음이 경직되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말이죠. '아니면 말고' 정신으로 힘을 빼야 되는 것을 알면서도 번번이 이렇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저 자신이 많이 토실토실해진 줄 알았더니

이 또한 오만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니

날뛰던 나의 생각이 금세 차분해지며 발걸음은 빨라집니다.


집에 가서 빨리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뿐이죠.

- 글 쓰면서 털어버려야지!




모든 것은 내 안에 있었습니다.

없던 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늘 잠재되어 있던 내 안의 답을 언제 발견하고, 언제 깨닫느냐의 시간의 문제일 뿐이죠.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마음에 품고 애꿎은 주변만 빙빙 돌며 고민하고 바라고 있었어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앞으로도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기"입니다.


타인의 반짝이는 삶을 기웃거리며 비교하고 불안해하지 말자,

내가 나를 더 많이 보듬어주고, 기특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셀프칭찬해 주기로

오늘의 청명한 가을하늘과 약속하였습니다.


내 그릇이 넓고 유연해지도록,

내 그릇만큼의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오늘도 저는 글을 쓰며 나를 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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