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29억, 1등은 우리 동네
내가 만약 당첨이 된다면?
이번 로또 29억 1등 지역 중 하나가 우리 동네라는 소식에 아파트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요즘 그 어떤 소식보다 뜨거웠다.
"누구냐, 혹시 너냐?, 누군지 몰라도 너무 부럽다, 나도 로또 사러 간다" 등등.
로또에 관심 없던 나 조차도 가까운 내 이웃이 당첨자라는 소식에 '나도 한번 사볼까?' 하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세금 30% 떼고 받아도 그게 얼마야~ 로또 사냥에 나서볼까?
내가 만약 29억이 생긴다면?
상상은 자유니깐,
돈 드는 것 아니니깐,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 위해 각을 잡는다.
가장 떠오른 생각은...
아뿔싸!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바로 시부모님 댁 헌 집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소름~~~! 나도 내가 놀라웠다.
그렇게 나는 효부도 아니고 살가운 며느리도 아닌데 시부모님을 제일 먼저 생각해 내다니...
시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짓고 먹을 것 못 드시고, 입을 것 제대로 못 입으며 고생만 하셨던 분들이다. 어머님의 레퍼토리 중 하나인 '빚이 있는 집안에 시집와서 농사지어 다 갚았다'이다. 언제나 며느리 앞에서 자신감 넘치게 말씀하시지만 그 뒤는 언제나 쓸쓸했다. 고생한 만큼 몸은 망가졌다. 요즘은 편찮으신 아버님을 대신하여 농사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어머님의 고생은 예전보다 더 무거워졌다.
어머님은 이제 다른 어떤 것들을 돌볼 여력도 에너지도 없는 것이다.
감기 한번 걸려본 적 없다던 어머니는 늘 여기저기 쑤시고 편찮으시다고 한다. 겨우 숨 붙이고 살아내는 사람처럼 힘겨워하는 모습이 애처롭고 안쓰러웠다. 그렇다고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일도 없고 답답할 뿐이었다.
좀 더 편안하고 깨끗한 집에서 노년의 시간을 보내시길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 자식 위해 고구마 캐지 않아도 되고, 자식 위해 남겨줄 유산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마시고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다.
내가 로또에 당첨되면 집도 지어드리고 살림살이, 창고에는 먹을 것들도 가득가득 채워 넣어 드리고 싶다. 옷장에도 낡은 옷들 대신 말끔한 옷으로, 이불장에도 꿉꿉한 이불들은 다 버리고 비단 이불로 바꿔드리고 싶다.
한 일억쯤 현금으로 용돈도 드리고 싶다. 손주들, 자식들에게 용돈 팍팍 주면서 생색 실컷 내보시라고, 아낌없이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드시라고! 어머님, 아버님도 원 없이 물 쓰듯 돈 좀 써보시라고.
로또야, 내게로 와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