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연구소의 실패 주간

카이스트, 멋지다!

by 햇살정아

오늘 아침 우연히 카이스트의 "실패연구소"란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영재들을 모아놓은 곳이라 실패도 아름답게 만드는 비상함을 갖고 있구나...'

내심 감탄했다.


실패라는 것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카이스트에서 실패를 장려한다고?

카이스트 학생들의 "실패"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인터넷 기사에 실린 기사를 읽으며 단어의 의미와 취지에 감동받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심장이 두근두근, 이런 설렘은 언제나 행복하다.

마치 내가 카이스트 학생이라 된 듯, 실패에 대한 신선한 의미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누가 누가 실패를 잘했나? 실패해도 괜찮아, 실패에 대한 위로가 나에게까지 전달이 되었다.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을 맛보라는 학교 측의 배려이자 관심과 사랑이었다. 이미 우리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로 실패를 어여쁘게 포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는 실패자를 낙오자로 만들기도 한다. 그런 사회에서 어디 맘 놓고 실패할 수 있을까?


카이스트는 2주간의 실패 주간동안 학생들의 '일상에서 포착한 실패의 순간들'이란 사진전을 열고,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망한 과제 자랑 대회', '실패 세미나'가 열린다고 한다. 정말 참신하다. 실패를 많이 안 해봤다면 그걸 더 걱정해야 한다며 실패를 응원한다.


카이스트만 들어가면 인생이 탄탄대로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 똑똑한 아이들만 모인 그곳에서 또다시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야만 하는 현실이 그들을 얼마나 숨 가쁘게 몰고 갔을지. 얼마나 많은 공부, 연구, 과제를 하며 실패의 순간을 경험했을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낮밤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했을 그들을 생각하니, 내가 힘들다고 투정된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누구나 똑같이 힘들고 괴롭구나.

내가 지금 이렇게 나아가는 것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못 잡아 두려운 마음을 갖는 것도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었다.

나만 소외되지 않은 느낌!


실패해도 괜찮아.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니깐, 그것으로부터 우리는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는 것이니깐.

자동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신나게 실패하자. 실패는 마냥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겹겹이 쌓여 단단해진 내가 되어갈 테니.


덩달아 나도 실패주간을 가져본다.

마음껏 실패해도 괜찮아.


오늘 나의 실패는 무엇이었더라?


- 인스타 피드 만들고 보니 내 맘에 안 든다.

- 오늘 새벽 꾸벅꾸벅 졸면서 책 읽었다.

- 글이 안 써진다고 애꿎은 머리만 쥐어짰다.

-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기로 해놓고 또 비교했다.

- 속이 안 좋아 커피랑 라면 안 먹기로 해놓고 점심에 또 먹고 마셨다.

그것도 신라면 레드. 다행히 커피는 디카페인이라는 것에 약간은 위안.



나는 이 글을 열심히 고민하며 썼지만

브런치 메인으로 떡상하지 못해 실패할 것을 안다.

그래도 괜찮다, 도전했으니 경험은 쌓였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은 글쓰기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을 맛보았으니...


오늘의 나의 익숙한 실패들을 모으고 모아

1년 후, 5년 후 또 다른 내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진 출처 : 카이스트 대전본원 창의학습관에서 열린 '일상에서 포착한 실패의 순간들' 사진전에 전시된 '누군가 일으켜 준다면'이라는 제목의 캠퍼스 잔디밭에 누운 의자 사진,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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