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옷 정리가 가장 어렵다. 아이들의 옷을 펼치면서 맞을까 안 맞을까, 버려나 되나 한해 더 입혀야 되나 요리조리 살펴보기 바쁘다. 애매한 옷들은 한편에 잘 모아두고 아이들에게 입혀보는 것도 옷장 정리의 과정이다.
"빨리 입어봐라~"
- 나중에 입을게~
한바탕 전쟁이 끝난 뒤에야 마무리가 된다. 언제쯤 아이들은 스스로 옷장정리를 할 수 있을까?
집안일 중 가장 티 안나는 일을 마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개운할 수가~!! 월동준비 끝^^'
다음은 나와 남편의 옷장!
남편의 옷이 제일 간단하고 편하다. 스티브 잡스도 아니고 청바지 몇 벌, 티셔츠 몇 개로 4계절을 버틴다. 본인이 그것에 만족하기에 나 역시도 다른 옷들을 더 이상 구비하지 않고 대충 스르륵~
내 옷장에는 엄마냄새로 차곡차곡 채워져있다.
엄마의 옷들이 곳곳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엄마와 내가 허리 사이즈만 다르고 체형이 비슷한 덕분에 엄마의 옷들을 많이 물려 입는다. 신발사이즈까지 똑같아 이것저것 엄마한테서 챙겨 오곤 하는데 실상 신고 입는 것은 별로 많지 않다.
엄마가 한참 골프에 빠져있을 때는 덩달아 내 옷장에도 골프웨어로 가득 차있다. 그해 나는 골프선수가 된다. 골프웨어는 신축성이 좋아 평상시에 입기도 아주 편하다. 종종 자주 입고 다니다 보니 동네 사람들은 라운딩 다니는 여유로운 아낙네로 오해하곤 했다. 사실 골프에 '골'자도 모르는 문외한인데^^
넘쳐나는 욕심으로 엄마의 옷가지와 신발, 가방 같은 것들을 많이 주워오지만 생각만큼 잘 착용하지 않는다. 분명 엄마가 입고, 차고, 신을 때는 반짝반짝 이뻐 보였는데, 내가 하면 음.....?
(주인이 따로 있는 듯 싶다.)
남의 옷 입은 사람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다.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옷가지에 아쉬움을 포개어 잔뜩 쌓아둔다.
엄마의 바바리나 원피스, 점퍼 같은 것도 걸려있다.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옷들을 버리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다. 평상시 캐주얼을 선호하기에 이런 옷들은 왠지 특별한 날이나 외출할 때 입어야 될 것 같다.
생활반경이 지극히 제한적인 집순이라 이것도 패스, 쉽게 입지 못하고 모셔 두고 있다.
입지도 못하는 옷들을 어깨에 가득이고 사는 기분이지만 마음만은 든든하다.
엄마의 향기가 느껴지는 옷이 좋다.
어렸을 적부터 엄마의 살냄새가 좋았다. 특별한 로션을 바르는 것도 아닌데 엄마한테는 좋은 냄새가 났다.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이 좋아 자꾸 엄마품에 파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몇 번이나 드라이를 하고 빨았을 옷들에서도 여전히 엄마냄새가 난다. 그래서 놓질 못하곤 있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