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문턱에 들어섰다는 것을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중 하나는 시댁에서 올라오는 상자이다.
매년 11월 초가 되면 어김없이 터질 것 같은 상자가 배달된다. 보기만 해도 이것은 '시댁에서 온 것이다'라는 것을 딱 알 수 있다. 어머니는 어떤 내용물이든 (거의 어머니의 텃밭에서 나온 농작물이었지만) 상자 주둥이가 터지도록 내용물을 꾹꾹 눌러 담아 보내신다. 시골 주방에서 굴러다니던 청양고추 하나라도 상자에 끼워 보내시려는 어머님 마음이 고스란히 상자에 그려져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배불뚝이 상자는 꼼꼼하게 여러 번 테이핑 되어 있었고, 택배기사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록 무거웠다. 근처 외삼촌댁 마당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감이었다. 처치 곤란한 감들을 보면서 나는 그저 한숨만 '휴~'. 모양은 제각각이고, 꽉꽉 눌러 담아놓은 탓에 감들은 엉기고 설기면서 멍들거나 물러져있었다. 어머니의 넘치는 사랑 덕분에 못난이 감으로 재탄생되었다.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는 어머니, 남편이 상황설명을 해도 언제나 한결같으시다.
옆집과 나눠 먹기도 미안한 달갑지 않은 감들을 세탁실에 잠시(?) 모셔두었다. 애물단지처럼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퇴근한 남편은 팔을 걷어 부쳤다. 참 예쁘게도 과일을 깎는 남편, 뱀 허물처럼 줄줄이 이어진 감껍질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감은 미리 깎아놓아도 색과 맛이 변질되지 않다며 빈통에 감을 채우는 남편과 딱딱한 감보다 약간 물컹한 감이 더 맛있다는 딸아이를 보며 괜스레 미안해졌다.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면서도 가끔 외면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바로 이런 때이다. 소와 사자의 사랑이야기처럼,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을 보낸다. 때론 어머니의 사랑표현방식이 부담스럽거나, 나와 맞지 않을 때 나는 투덜이 스머프가 된다.
나에게 어머니의 사랑은 단감 같다.
딱딱하고 달다. 하지만 매번 달지만은 않다. 어떨 때는 단감 속에 들어 있는 타닌성분 때문에 떫은 맛이 느껴져 얼굴을 찌푸리며 혀를 내둔다. 피부미용에도 좋고, 비타민도 사과나 배보다 많이 들어있다는 단감, 눈에도 좋다는 단감의 효능을 알면서도 즐겨 먹지 않는다. 그저 가끔, 아주 가끔 먹고 싶을 뿐이다.
단감 같은 어머니의 사랑, 여전히 떫은 맛이 더욱 강하지만.... 언젠가 떫은 맛이 완전히 사라져 단감으로 즐길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가 없어도 먹기 편한 부드러운 홍시처럼, 감을 잘 말려서 만든 곶감처럼 어머니와 며느리의 사랑이 여러가지 감들 모양으로 익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
어머니말씀처럼,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