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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정아 Dec 27. 2023

행복을 줍줍하다

1. 나는 주로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있을 때 행복하다. 여행준비 과정이 더욱 설레는 것처럼, 읽어야 할 책들이 눈앞에 쌓여있는 것을 보면 행복에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어떤 이야기가 나를 반겨줄지, 그 안에서 내가 느낄 감정과 배움에 한껏 설레인다.


2. 크리스마스의 연휴에 긴장한 탓인지 요 며칠 자꾸 늘어진다. 잠시 나에게도 쉬어가라는 산타가 보내는 신호일까 싶어 작정하고 게을러지기로 하였다.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니 정신이 아주 말똥말똥, 개운해진다. 내가 얼마나, 언제까지 게을러질 수 있을까?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 더욱 행복해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3. 오늘 점심, 매콤새콤한 '비빔국수'가 너무, 아주 많이 먹고 싶었다. 보통의 나라면 꾹! 참았을 텐데...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나를 위해 준비했다. 김치를 쫑쫑쫑 썰어 넣고 들기름으로 마무리하여 이쁜 그릇에 소박하게 담아낸 나만을 위한 국수 한 그릇, 완전 꿀맛이었다. 그래, 내가 나를 대접해주자~ 풍요로운 한 그릇 만찬이었다.


4. 한동안 믹스커피를 끊었다. 지난 공저 쓰기에서 '커피는 엄마다'라는 믹스커피 예찬자였던 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중단하였는데.... 요즘 당이 떨어졌는지, 온통 머릿속에서 '믹스커피~ 믹스커피~ 믹스커피~'가 맴돌았다. 결국 참다못해, 믹스커피를 샀다. 음~ 역시 이 맛이야! 아메리카노와는 다른 커피의 맛. 어항밖으로 뛰쳐나와 팔딱팔딱 뛰던 물고기가 물속으로 들어가 '아, 살 것 같다!'라고 외치는 듯 마음이 평온해진다.


5.  마감의 기쁨이다. 매일 어떻게 써야할지 우왕좌왕하면서도 결국 마감 시간에 맞춰 마무리 짓는 희열감이 행복하다. 하루종일 고민한 것에 정비례하여 좋은 글감과 문장이 나오면 좋을련만 절대 그런 호사는 누릴 수 없다. 짹각짹각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에 맞춰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매일, 일상을 쓴다.


6. 아들과 딸의 행복을 보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소소한 것 하나라도 '너무 행복해' 라며 순간의 기쁨을 놓치지 않는 딸의 모습, 아직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아들의 다정하고 애틋한 사랑 표현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오른다.


7. 엄마한테는 하교 후 잠시 놀이터에서 놀고 온다던 딸아이는 엄마에게 서프라이즈를 계획했다. 동네 메가커피에서 엄마를 위한 '카라멜 마끼아또'를 포장해왔다. 혼자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계산하는 아이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돈을 꺼내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뭉클하였다. 커피가 식을까봐 종종걸음으로 내달려왔을 우리 딸, 행복하면서도 가슴이 저릿하다.



8.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나는 행복하다. 나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는 그 시간,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조차 잊고 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낼 때.  전업주부라 이런 달콤한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사실 의외로 많지가 않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인가 보다.



9. 오늘 친구의 사정으로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었다. 하지만 나는 마냥 서운하지만 않았다. 갑자기 나만의 엑스트라 시간이 생긴 것 같아 한결 여유로워진다. 그 시간에 나는 무얼하지? 고민하다가 결국, '쉼'을 선택했다. 쉬면서 천천히 책도 읽고 나의 행복한 순간을 고민하며 '홀로있음'에 명랑해졌다.


10.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삶, 꾸준히 성실히 이어나가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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