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는 비밀 친구가 있어.
오늘 처음으로 소개하는 그녀의 친구야.
"홍이"
사실, 그녀는 두려움이 많아. 그래서 긴장을 잘하고 순간순간 얼굴도 홍당무처럼 붉어지기도 해.
그런 그녀는 두려움에게 남몰래 이름을 붙여주었어. 바로 "홍이"라고 말이야.
홍이는 시도 때도 없이 그녀에게 찾아와 아주 당황스럽게 만들어.
'홍이야~ 나는 네가 싫어. 제발 나에게 오지 마'
그녀는 주문을 외우듯 속으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데.
하지만 그럴수록 홍이는 껌딱지처럼 그녀 곁에 더 바싹 붙어있고, 점점 홍이의 몸짓은 더 크게 불어나는 거야.
그녀보다 홍이가 더 커 보일 때가 종종 있어서 참 많이 당황스러웠지.
홍이를 계속해서 피해 다니는 일은 지치는 일이야. 그녀는 홍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아니 이기기 위해 노력했어. 타인 앞에서 발표하기 위해서, 수업을 앞두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등등 수많은 일들 앞에서 말이지.
그녀는 50번이고 100번이고... 아니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하루 종일을 연습했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 떨리는 마음에 실수할까 봐 악착같이 연습하였던 거야. 하지만 홍이는 그때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냈어.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 가까워지는 홍이였어.
그녀는 숨기면 숨길수록 걱정과 불안은 점점 살찌워지기에 홍이를 '툭-' 인정하기로 마음을 먹었데. 번번히 홍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실패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노력 중이야.
오늘 비밀 친구를 꺼내는 것을 보니 이젠 홍이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아 안심이 가네.
더 이상 홍이를 숨기지 말고 그녀의 안에서 홍이를 꺼낼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거야.
"홍이야, 안녕? 어서 와! 우리 함께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