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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정아 Jan 05. 2024

역할놀이의 즐거움

이번 주도 언제나처럼 역할놀이에 심취한 한 주를 보냈다. 아이들의 길고 긴 겨울방학이 더해져 몸과 마음이 

더욱 분주해진 일상이 되었다.


첫째, 역할놀이의 꽃은 바로 '엄마 역할'이다. 그것은 나를 오리처럼 '종종종' 걸음 치게 만들고, 가끔은 '꽥꽥' 소리 지르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각자의 학원 스케줄로 밥때가 다르다. 배고픈 것을 못 참는 '나'이기에 누구보다도 '배고픔'에 대해서는 넓은 아량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면 무조건 밥부터 차려준다. 하숙집 아줌마처럼, 시시때때로 들이닥치는 아이들에게 밥상을 자동반사적으로 차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이런 것이 숭고한 모성 본능인가 싶어 스스로 약간 우쭐해진다. 초강력 진공청소기처럼 음식물을 빨아들이는 두 아이들에게 다음 주는 또 무슨 반찬과 간식을 대령해야 할지... 담주는 반찬가게도 기웃거려 봐야겠다.


둘째,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 '자식, 딸 역할'이다.

이번 주는 엄마의 생신주간이었다. 미리 열흘 전에 동생들과 선물을 드렸으나 당일날 그냥 넘어가면 대참사가 일어날 엄마의 생신날이다. 두 올케와 나는 미역국을 끓이고, 호박전을 부치고, 불고기, 잡채를 준비하여 근사한 한상을 차려냈다. 이렇게 행복한 점심을 맛있게 먹고, 고생한 며느리와 딸을 위해 저녁에는 피자와 치킨을 쏘신다는 엄마의 말씀! 그냥 집에 간다면 "삐질" 우리 엄마를 외면하지 못해 저녁 늦게까지 배를 두드리며 넘치도록 든든한 하루를 보냈다. 

음~~ 찐하고 찐한 우리 가족, 한번 만나면 헤어지기 힘든 우리의 정다운 연대가 참 감사하다. 

(비록 내가 두 집 살림하는 것 같은 피곤함이 있지만^^)


셋째, 오롯이 '나'에 집중하다.

먹돌이, 먹순이들이 모여사는 우리 가족의 먹거리를 챙기는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읽기와 쓰기를 근근이 이어갈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고 싶었다. 현실은 그럴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틈새시간을 이용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새벽시간과 틈틈이 아이들이 학원가는 시간 그리고 저녁 이후의 시간 덕분에 글을 쓰며 나를 돌볼 수 있었다.

다행히 22 전략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미약하나 성장해가고 있음에 안도하게 된다. 매일의 하루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핑계 대지 않고 충실히 살아왔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다이어리를 쓰다 말다를 반복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다. 오늘 글을 쓰면서 불과 일주일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거리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열심히 살아낸 것 같은데 흔적이 없으니 답답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시간을 계획하고 분배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Plan, Do, See!! 계획하고 실행하고 뒤돌아보며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내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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