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다. 글은 써야 하는데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밑천이 바닥난 것 같다.
포기할까? 오늘만 쉴까? 이런 마음들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쉽게 포기도 못한다.
요즘 나의 책 읽기는 최재천 교수님이 말씀하신 '기획독서'를 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쓰기 위해 읽고, 살기 위해 읽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전략적으로 독서를 한다. 시간별로, 컨디션에 따라 몇 권의 책을 야금야금 읽고 있다. 그중 하나가 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이다. 체념하듯 생각 없이 아무 장을 펼쳤다. 신이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아래 문장이 나에게로 전해졌다. 이미 읽고 지나쳤던 문장이었는데 그 순간 깜장 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문장에서 빛이 났다. 뿌옇던 마음이 금세 맑게 개어졌다.
"계속해서 쓰려면 실패를 이겨내는 힘이 필요하다. 사실 글쓰기는 실패의 연속이다. 한 문장 잘 쓰고 다섯 문장, 열 문장에 실망한다.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계속 쓸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오늘 포기할 뻔한 마음을 꼭 붙들고 끙끙 앓는 시간을 겪어내었다. 쓰려고 노력했고, 결국 여기까지 적어낼 수 있었다. '못쓰면 어때, 너무 완벽해도 인간미가 없지, 오늘처럼 이도 저도 아닌 날도 있지.'라고 조금은 여유 있게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엉망인 글을 쓴다고 세상은 무너지지 않으며 나에게는 내일도, 모레도 있으니깐. 오늘 못썼다고 내일도 못 쓰는 법은 없으니깐. 그저 이렇게 투덜거리는 글이라도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