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 냄새까지도 사랑스러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by 햇살정아

6개월째 기분 좋은 근육통을 겪고 있다.

헛기침 '콜록' 한 번에 배가 땅기고, 앉았다 일어나도 뒷허벅지가 당기는 바람에 '아이고아이고'소리가 절로 나온다.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주 2회 Personal Training (PT)을 받고 있다.

적응할 법도 한데 운동을 하고 오면 어김없이 쑤시고 아프다.

운동이라곤 숨쉬기 혹은 공원 산책 정도만을 좋아했던 내가 그 힘든 운동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출산하고 만성비염이 축농증으로 변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냄새와 맛을 느끼지 못하는 슬픈 상황이었다. 알레르기 검사를 해도 별 이상이 없었고 비염주사인 히스토불린을 주기적으로 맞아도 효과를 볼 수가 없었다. 한의원 가서 한약을 먹고 코와 머리에 침을 놓아도 역시나 효과는 없었다.


무서웠다.

- 나 아직 젊고, 먹고 싶고 맡고 싶은 향기가 세상에 너무도 많은데....

불현듯 우리 집 미식가 먹돌이들의 밥은 누가 책임지지? 하는 걱정에 눈물부터 주르륵 흐른다.


축농증은 수술을 해도 완치가 안된다는 소리에 겁 많은 나는 감히 수술을 감행할 수도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운동이라도 해서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고 며칠 후,


- 오~ 조금씩 코가 뚫리는 것 같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침에만~!


- 그게 어디야! 이것만이라도 나는 너무 좋아!


아침식사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음에 행복했다.

계속 코가 뚫렸음 좋았을련만...

다시 막히고 또 막히고...

그렇게 콧속의 농은 풍선처럼 차올랐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며 나를 약 올리기 바빴다.


이미 맘은 포기상태, 운동이라도 해서 바디프로필이라도?

언제나 의욕은 일등 선수!

하지만 근력도 체력도 지구력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나에겐 큰 산이었다.


-포기하자! 그저 시키는 데로만 꾸준히만 따라가자.


그렇게 4~5개월쯤 되니 신기하게도 이젠 낮과 밤, 어느 때라도 수시로 냄새도 맡고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해피엔딩이 있을 수 있을까? 나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사춘기 아들의 정수리 냄새까지도 향기롭게 느껴졌다.

어항 물비린내, 햄스터 냄새, 프리지어 꽃향기, 빨래냄새, 샴푸냄새...

세상에 이렇게 다채로운 향기들이 존재하였구나...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고

새삼 그 행복과 감사함을 비로소 잃어버린 후에 알게 되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소중한 것들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