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의 그녀

남편 요리하는 뇨자~♡

by 햇살정아

겉바속촉!


겉은 바삭바삭, 속은 촉촉~~

"정돈"의 돈까스 같은 비주얼과 맛을 지닌 여자...



그건 바로...

"나다!"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소리를 들으면?

"설마~ 네가?"


그렇다! 믿지 못할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나는 아주 밍숭맹숭하고 그저 밝기만 한 내향성이다. 아이들에게도 잔소리는커녕 남편에게도 성질 한번 안 낼 것 같은 여자. 지극히 온순하고 조용해 보이는 전형적인 INFP.

하지만 나에게 또 다른 내가 있다.


'남편'이란 사람 덕분에 만들어진 나의 빠삭하고 까질한 기질,

화도 잘 내고, 잘도 삐지고, 남편에게 바가지도 엄청 긁는....

하지만 굽혀야 할 때를 알고 눈치껏 부드러워지는 나는 돈까스 같은 여자이다.







원리, 원칙적이고 꼼꼼하고 따지길 좋아하는 ISTJ의 남편은 뼛속까지 자동차 연구원이다. 어쩜 직업이 그를 그렇게 꼬장꼬장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늘 입에 달고 사는 '직업병'이란 놈,

매사 냉철하고 분석적인 건 참 좋은데,

왜 마누라한테까지 꼼꼼하게 들이대는 것일까?

덕분에 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답답함과 속 터짐은 삶의 현장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여태껏 그랬고 앞으로의 순탄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나는 그에게 맞춰야 했다.

변해야 살 수 있다!






INFP(인프피) 유형의 와이프


1. 이상주의적이다.

2. 그냥 보기에는 조용하고 자신을 드러내거나 내세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열정이 넘치고 에너지도 가득한 성격이다.

3. 이해심이 많고 공감능력이 좋다.

4. 모든 사람이 만족하고, 모든 사람의 의견이 존중되기를 바라며 타인에게 관대하고 수용적이라 다른 사람의 결정이나 믿음을 존중해준다.

5. 상상력이 뛰어나고 창의적인 유형으로 머릿속에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6.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재능이 있으며 문학과 예술을 통해 본인의 생각이나 비밀을 드러낸다.

7.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새로운 집단에 어울려야 하는 일을 꺼린다. 그래서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8. 타인과의 갈등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남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성격으로 자신을 좋아하지 않거나 혹은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9. 공감 능력이 뛰어나 타인의 부정적인 태도나 감정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ISTJ(아이에스티제이) 유형의 남편


1. 원리원칙적이고 계획적이다.

2. 내 일과 의견에 간섭받는 거 싫어한다.

3. 남한테 별로 관심이 없다.

4. 내 얘기하는 것도 싫고 남 얘기 들어주는 것도 힘들다. 내가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5. 책임감이 많다.

6. 가끔 공감능력 부족한 거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7. 딱딱하단 소리를 자주 듣는다.

8. 철벽을 잘 친다.

9. 시작했으면 목표한 것을 끝내야 직성이 풀린다.






남편은 나의 고유 영역인 주방을 자주 드나든다.

남들이 들으면 주방일을 도와주는 남편,


참 멋지고 이상적이다!


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백 프로 다 좋기만 할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시시콜콜 주방 살림에 토를 달거나, 나의 편의에 의해 놓았던 주방용품들을 남편이 마음대로 자리를 바꿔놓거나, 내가 잘 쓰는 그릇들을 구석에 박아놓는 남편의 행동으로 옥신각신 심하게 다툴 때가 많았다.


남편의 이론상으로는 좁은 주방 안에서 최소한의 보폭으로 최대한의 공간 활용이 용이하기에 옮겨놓은 것이다. 하지만 난 불편했다.

조미료통, 수저통, 그릇들은 남편과 나의 손에 의해 수시로 옮겨지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또한 주방 서랍장에 정리되어 있지 않는 냄비들도 그의 타깃이 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냄비들인데 잘 정리가 안 되는 이해 불가한 영역이기도 한다.

남편으로부터 항상 지적을 당하지만 정리되지 않는 미묘한 공간.

어쩜 남편 잔소리에 보란 듯이 더 내버려지는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오늘도 냄비들은 뒤죽박죽 섞여있다.

꼭 엄마가 숙제 안 한 자식 혼내듯,

남편은 나를 부르고, 나는 긴장한다.


'이렇게 엉망진창 냄비 놓으면 흠집 난다, 정신없다, 다른 데는 정리 잘하면서 여기는 왜 정리를 못하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며, 신랑 궁둥이를 툭툭 친다.


"내가 못하는 것도 있어야지!

자기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우리 집안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야?"


처음부터 이렇게 뻔뻔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얼굴을 붉혀가며 서로 잘났다고 기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였다.

한 해 두 해 지나며 조금씩 양보하며 암묵적으로 서로를 포기하며 조금씩 자리를 잡게 되었다.


남편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본인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고치려고만 든다.


아이들이 책가방을 제자리에 두지 않거나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면 아이들에게 잔소리는 끝이 없고, 분리수거를 갔는데 수면바지 입고 나오는 사람을 이해 못 하고, 나의 일들을 남에게 미루는 사람들은 한심하고 답답하게 여긴다. 평상시 입은 다물고 있으면서 이럴 땐 참 말도 잘한다.


남편은 남의 이야기는 전혀 관심이 없다. 물론 마누라가 말하는 마누라 지인들의 이야기도 딱히 관심이 없는 듯하다. 맨날 말해도 누가 누군지 전혀 파악하지 못해 다시 설명하기 귀찮아 말문을 닫기도 한다.

감정보다 책임감이 우선인 그는 나의 상처에 위로와 지지보다는 아주 객관적이고 깔끔하게 교통정리를 해주거나 답을 내려주려고 애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닌데 너무도 솔직하고 정직하게 나에게 채찍질을 한다.


참 빈틈없다!

참 올곧다!

참 바른 생활인이다!


이렇게 강인한 그에게 맞춰 살려면 나도 강인해져야 한다.


때론 까칠하게,

때론 부드럽게,

눈치를 살피며 상황에 맞게 단짠을 조절하며 남편을 요리해야 한다.


고지식하고 철벽쟁이 내 사람,

그렇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한 내 사람.


오늘은 퇴근 후 집에 오면 수고했다고


'궁딩 팡팡'


사랑스럽게 두드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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