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기쁨과 슬픔

소심한 마음, 잘못은 아니잖아요.

by 햇살정아

오늘 아침은 참 많이 우울하네요.

갑자기 경고 없이 닥치는 조울증. 저에게도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우울증이란 놈이 문득문득 찾아온답니다.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우울증은 마음의 당뇨와도 같기 때문에 평상시에 꾸준히 관리해야 된다고...

제가 잠시 잊고 있었나 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 무슨 큰 벼슬이라도 된 것처럼, 모든 것이 해결된 줄 착각하고 방심하고 있었던 듯해요.






13년 차 대기업 다니는 남편의 월급,

음... 어쩜 여러분들도 상상할 수 있는 그 연봉, 비슷할 거예요. 저의 4명의 식구가 많지도 적지도 않게 보통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의 액수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돈은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될 테니, 저 역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곧, 어딘가에서 돈벌이를 해야만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답니다.


오늘은 그 마음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아침이었어요.


어제 많은 눈으로 아이들에게 '시간'을 선물해준 아주 훌륭한 엄마라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어깨도 으쓱해졌지요. 큰 인심이라도 쓰듯 학원 땡땡이 시켜주고 오늘만 날인 듯 신나게 놀게 해 주었어요. 하교 후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놀고 들어온 아이들은 물에 빠진 생쥐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어 있었답니다.

따뜻한 물에 목욕 후 국물이 끝내주는 우동 한 그릇씩 끓여주는 엄마! 너무 최고죠?


역시, 난 최고의 엄마야!








하지만 오늘 아침, 어제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엄마의 자존감은 끝도 안 보이는 지하 끝까지 고속 하강하였지요.


초5 아들내미는 청바지 2장으로 가을과 겨울을 보내요. 늘 같은 크록스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보내고 무조건 편한 옷만 찾지요. 때마침 어제 눈놀이로 옷이 다 젖어 그나마 있던 바지 2장이 모두 빨래 건조기에 널려있습니다. 아침부터 바쁘게 드라이기로 대충 말려 입혀 보내고, 초2 딸내미는 발목 위를 훨씬 넘은 짧아진 내복 바지에 바지를 껴입으려니 본인도 힘든지 짜증을 냅니다. 그리고 다 젖은 운동화를 신겨 보내는 엄마의 마음...

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집안을 휘리릭 벗어납니다.


어쩌면 정말로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게 엄마 마음이죠.

따뜻하게 입히고 싶고, 아이들을 넉넉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

약간 부족한 듯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등바등 사는 모습이 꼭 저의 무능력의 결과인 것 같아 속상했어요.

이럴 때마다 찾아오는 전업주부의 초라함이 모두 다 제 탓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동안 힘들게 쌓아놓았던 나의 자존감 모래성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만 같아요.

처음부터 모래로 지은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아기돼지 삼 형제의 첫째처럼 볏짚으로 지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네요.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늑대가 아무리 불어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벽돌로 단단한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엄마니깐요,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니깐

오늘 다시 시작해보렵니다.



늑대 할아버지가 와서 불어도 절대 쓰러지지 않을 자존감 집을 짓기로 말이죠.






흐르는 눈물을 부여잡고 찌릿한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마음이 한결 편해졌네요.

하늘에서 내려주신 '글쓰기'란 동아줄을 잡길 잘한 것 같아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래서 머리가 쥐가 나도 쓰나 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겉바속촉의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