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미루기의 기쁨

by 햇살정아

끝도 없는 집안일과 잠시도 쉴 수 없는 가사노동은 호숫가 오리의 발버둥처럼 느껴졌다.

'머리카락 한 올, 뒤죽박죽 쌓인 싱크대 속 그릇들, 창틀 아래 쌓인 먼지, 물때 낀 화장실, 대충 버려진 재활용품들, 쌓인 빨래 등등' 이런 것들을 그냥 놔두지 못하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내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그냥 대충대충 해~ 또 청소야?'라며 입으로만 쫑알대는 내가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다.


열심히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일들, 눈에 보이진 않지만 힘들어도 멈추면 안 되는 일들로 지친 나를 위해 '의도적 미루기'를 시작하였다.


역시 미루기의 꽃은 '집안일'이다.

아이들이 등교 후 나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다. 집안일은 잠시 잊은 채.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아이들의 하교 후 나의 집안일은 시작된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청소하고 빨래를 돌리며 아이들과 복작복작 정신없는 오후를 보낸다. 분리수거는 아이들의 홈알바로 정하니 용돈 버는 아이들도 좋고 나의 일도 줄어드니 한결 수월해진다.


나에게 미루기란 복작복작 시끄러운 나의 집착을 내려놓는 일이다.

무조건 나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 내가 해야 한다는 것,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자, 마음이 유연해짐을 느낀다.


마음의 평화와 체력을 아낄 수 있게 만드는,

무엇보다도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의도적 미루기'는 앞으로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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