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자!
나는 싫증을 잘 느끼는 사람이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뭐 하나 진득하니 꾸준히 해온 것이 없다. 항상 시작은 거창하였지만 끝은 미약했던 나에게도 지속하게 만드는 것이 생겼다.
바로 글쓰기!
매일은 아니어도 근근이 이어오던 글쓰기가 1년이 가까워진다.
'글쓰기 모임'이란 커뮤니티 덕분이다. 혼자 서는 1년 동안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의 빈약한 의지로 무언가를 좋아하고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것이 마냥 대견스러운 순간이다.
글쓰기모임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줄 알았다. 엄청난 기대와 똘똘한 눈빛으로 수업에 임했다. 바로 깨달았다. 결국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무조건 써야만 했다.
글감이 주어지면 도무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지 생각나지 않았고,
내 삶이 왜 이리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었을까? 오히려 무탈했던 나의 평범한 삶을 탓하기 바빴다.
마치 깜박이는 커서는 빨리 무엇이라도 쓰라고 재촉하는 빚독촉자처럼 느껴졌다.
반강제로 꾸역꾸역 쓰다 보니 어느새 한 편의 글이 완성되었다. 얼기설기 얽혀있던 나의 이야기 한 가닥이 스르르 풀리는 순간!
당혹스러웠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제 나타난 거지?
이내 속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은 내일 다시 책상 앞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반복하였다. 어떻게든 쥐어짜며 만들어 놓은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읽는 것이 점점 중독되어 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오픈해야만 한다. 좀 거창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꽁꽁 숨기고 있던 나를 세상으로 던지는 느낌이 들었다. 작고 소심한 아이였던 내가 진짜 단단한 어른이 되어가는 이 과정이 나를 지속적으로 글을 쓰게 만든다.
애써 외면했던 나의 숨겨진 모습, 부끄러움과 민망함들을 하나씩 솔직하게 드러내놓자 스스로를 옭아매었던 감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흐트러져있던 나의 생각들을 한 곳에 모아 고백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고, 결국 나는 그것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있는 날개를 얻은 것이다. 그곳에서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는 또 다른 문제 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느낌이 참 좋았다.
그리고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나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어 주는 글벗의 공감이다.
서로 환경도 성격도 다를지라도 글로 연결된 우리들은 들을 준비가 되어있었고, 서로에게 응원해 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픔과 슬픔, 기쁨의 모양들이 다 제각각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인 글쓰기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글벗들의 애정과 찬사가 없었다면 '지금 여기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그냥 쓰자. 혼자서 안되면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나를 가둔다. 나만의 이야기로 나만의 표현으로 나만의 글을 쓰면 된다. 한 문장이라도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오롯이 내 안의 나를 바라본다.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