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미니멀리즘

by 햇살정아

학창 시절 나를 괴롭히는 영어일기 숙제가 있었다. 한국말로 내 생각을 풀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영어로 문장을 만드는 일은 엄청난 큰 숙제였다.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나의 이야기를 예쁘게 포장하고 싶었지만 부족한 영어 실력은 본의 아니게 아주 깔끔한 숙제가 되었다.


요즘도 글을 쓸 때마다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있는 그대로밖에 적을 수밖에 없었던 나. 글을 쓰고 있는 요즘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내 이야기는 소재가 된다. 내 이야기를 쓸 때가 가장 쉽게 글이 써진다. 유일무이한 나만의 이야기는 진실한 글로 이어진다.


문장을 길게 쓰고 수식어를 많이 쓰면 잘 쓰는 글인 줄 알았다. 좋은 의미의 단어라고 무조건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어김없이 내 글은 무거워지고 둔탁해진다.

글에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최대한 문장을 짧게, 불필요한 수식어는 피하고 나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이런 알아차림도 내가 글을 썼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무겁든 가볍든 일단 쓰는 것이 먼저이고, 매일같이 한 줄이라도 써본 사람이라야 진실한 글쓰기이든 상업화든 논할 수 있다.


지금 나는 왕초보 글쟁이다.

왕왕초보일 때는 페이지를 채우기에 급급해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에도 벅찼고, 하루살이처럼 한 자쓰기 바빴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아주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글 쓰는 시간도 많이 줄면서 글쓰기가 내 삶의 일부로 정착되어 감을 느낀다.

이제는 나의 경험과 글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오늘도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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