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늦봄, 처음으로 시를 시로 읽었던 순간
고등학교 1학년 문학시간, 김영랑 시인의 '독을 차고'에 대한 수업이었다.
칠판 앞에서 열정적으로 시를 분석하고 있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나는 딴생각에 빠졌다.
'가슴에 독'이란 문구가 머리로 비집고 들어왔다.
선생님의 해설은 귓바퀴에 맴돌 뿐, 나만의 해석을 시작했다.
"가슴에 독! 사실 감정이 아닐까?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잖아.
좋다, 싫다, 슬프다, 기쁘다, 왔다 갔다 하면서 얼마나 사람 피를 말리는지..
만약 감정이 없으면 마음이 한 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지금에 와서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나는 풀던 문제는 틀렸을테다.
확실히 나의 문학 성적은 썩 좋지 못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