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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Feb 12. 2022

너는 나와 같은 정류장이 아니었음을

하루가 같던 버스에 올랐다

하루가 달라질 그곳에 실었다     


동전이 아닌 어린 치기로

지폐가 아닌 숨 가쁜 충동으로

오기 어린 마음을 그곳에 털어 넣었다     


내달리는 창가 너머로 눈을 흘기고

흔들림을 핑계 삼아 걸음을 옮겼다     


허나, 매일이 같은 길이듯

꿈이 내린 버스에 몸을 싣고

그대가 내린 정류장을 떠나보낸다.




등교하는 학생과 직장인이 붐비는 아침의 버스. 그녀가 있는지 빼곡한 사람들 사이로 눈을 흘긴다. 몇 날 며칠을 설레이고, 용기를 내었다가도 망설이고, 끝끝내 그녀가 내릴 정류장에 먼저 내렸다. 아래 턱 근육이 경직되는 몇 초.


"저기요..! 저 괜찮으시면 번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누가봐도 어정쩡한 자세와 주뼛거리는 표정, 그렇게 그녀와 처음으로 말을 건냈다. 당황하던 그녀는 자신의 번호를 주는 대신 나의 번호를 받아 자리를 떠났다.


.

.

.


지독히 느리게 흐르던 그 날, 그리고 오후가 되서야.

카카오톡 친구 추천 리스트에 웃고 있는 그녀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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