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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Feb 12. 2022

사과를 염하고

28살 겨울, 어떤 이의 이야기를 듣고서 상상을 한다

가지런히 올려진 사과 몇 알

죄 많은 무릎들이 두어 번 오가니

사과가 싫다던 아이도 오늘은 붉다

   

단단히 영근 봉긋한 과육

점점이 피운 반점이 싱그럽고

단내가 생기롭던 빨간 알맹이     


어머니가 내어주셨던 사과 한 알  

   

이 맛난 것을 왜 아니 먹냐

어디 맛이나 한번 보라고

분명 입술을 크게 한입 품었을 테다     


입 짧은 아이는 그만하면 되었다 

속 패인 알맹이를 저만치 굴렸을 테고    

 

맥없이 추락하는 몸뚱이

파열음에 허연 과즙을 토하고

배 까뒤집어 노란 속살을 보이고 

색 바래는 얼룩에 곰팡이가 스미고

쭈글한 주름 따라 검버섯이 번졌겠지     


정갈한 궤짝에 풀어진 살을 뉘여

날파리 꼬이지 마라 염을 해두고서야     


아이는 사과를 한입 물고 싶은 게다    

 

애써 떠올린 봉긋한 살결의 단내

그중 시뻘건 놈을 하나 들어 크게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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