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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Sep 07. 2021

고기 반찬

27살 겨울,야채가 좋다는 말에 딴지를 걸고 싶어서

한 상 가득 흩어 놓은 풀때기에

진수성찬 상다리가 휘어진다     


잘 먹는다 잘 먹어


마른 풀이 그리도 좋아

음매-하고 웃어 보이는 

미련한 우리 집 송아지


뱃속으로 여물을 밀어 넣고

배 뽈록이 잠든 아이    

 

아이야, 초원에 뛰지 마라

풀이걸랑 뜯지 마라     


늑대, 사자, 호랑이로

하다못해 살쾡이로

수풀에 몸 숨기다가

우둔한 소 한 마리

풀때기로 고개 처박거든

새퍼런 이를 새워 모가지를 뜯어라 

    

제 목 무는 줄 모르고

잡초 솎기 여념 없는 

젖 마른 어미 소

음매-하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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