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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Aug 02. 2021

12월의 가장 거룩한 밤에

28살 겨울, 문든 든 생각

거리의 곳곳마다 성가가 울리고

빨간모자 뚱보 할아버지는 손을 흔들고

십자가 아래 모인 아이들은

저마다 새하얀 양초를 종이컵에 꽂고

눈을 감았다 떴다 서로를 곁눈질 한다.     


곱게 포개진 아이들의 두 손

시린 바람조차 빗겨갈 그 품 안에

이 겨울 가장 따스한 온기를 품는다.  

   

빛과 바람과 추위가 들지 않는 그 곳

바르르르 몸서리치고 황홀히 일렁이는 광명

터져 나오는 찬가를 악물고 열혈이 타오른다.     


12월의 가장 따스한 밤,     


새하얀 심지는 빛으로 흩어지고

불결에 맞닿는 하이얀 밀랍

원을 그리며 투명히 온기에 젖는다.     


모세관을 타고 그 끝에 일렁이면

잔잔하던 물결도 온기를 내뱉고 

보드라운 살결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지면과 맞닿은 그 곳에 다시금 고인다.     


이 땅의 천사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하늘의 천사들도 잠자리에 들 시간

방 안을 가득히 매운 빛과 그림자와 온기    

 

12월의 가장 뜨거운 밤이 깊어간다.     


크리스마스의 새벽. 이른 시간

지난밤의 찬양은 수줍게 흩어지고

매캐한 연기가 하늘에 맞닿는다.     


세상에 가장 축복받은 오늘

이 땅 가장 가까운 곳에 

유백색 응어리를 잉태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이가 가장 많이 잉태되는 날이라고 한다.

그날의 아이들이 성탄의 축복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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